[특별기고] 응급 환자와 전문병원의 역할

입력 2011-02-07 07:37:08

'메디시티'를 표방하는 대구에서 응급실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구시장과 대형병원장 등 관계자들이 긴급회의를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고 나름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으며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과거에도 있어왔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대형 병원의 응급환자 수용능력에 비해 수요가 너무 많다. 대학병원의 수술일정은 항상 '만원'이다. 그런 상황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예정된 수술 일정 중에 '끼워 넣기'를 해야 되고 그 과정이 여의치 않으면 환자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 가령 맹장염이 복막염으로 발전하는 것은 시간 문제인데, 현재로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접합수술도 마찬가지이다. 수술만 바로 받으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영구히 잃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학 병원의 응급 시스템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대량 사상자가 발생하는 경우, 의료 인력이 풍부한 대학 병원이 가장 먼저 앞장을 서서 이에 대한 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여러 과의 협진이 꼭 필요한 심혈관 관계의 질병과 뇌수술, 여러 장기가 동시에 심한 외상을 입은 중증 환자의 경우에는 대학병원에서 맡아서 환자의 처치를 시행해야 한다. 더 바람직한 것은 각 대학병원 응급실에 각 과별로 응급 외상 전문의들이 24시간 상주하면서 응급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 병원들이 현재보다 두 배 이상 전문의 인력을 보충해야 하는데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응급환자의 처치에 대한 대안은 우리 지역의 전문병원 활용이다. 대구에 있는 척추, 위장관, 관절, 뇌수술, 소아와 산부인과, 손 수술 분야의 전문병원들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병원은 말 그대로 수련의나 전공의가 아닌 해당분야의 전문의가 항상 근무하고 있으며, 웬만한 수술도 가능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대학병원으로의 이송 등에도 훨씬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4세 여아 장중첩 케이스만 해도 그 정도의 질병이라면 인근 위장관 전문병원을 찾았을 경우 아마도 사망에까지 이르는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이 불행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응급환자 발생 시 해당 전문 병원의 소재 등 값진 정보를 알려주는 응급의료정보센터(전화번호 1339)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아울러 일련의 사태로 인해 지역민들이 지역 의료계 전반에 대해 불신감이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밤낮없이 발생하는 응급상황으로 인해 휴일도 반납하고 식사도 거른 채 불철주야로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들이 수없이 많으며 대부분은 맡은 바 사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상현 W(더블유) 병원장·수부외과 세부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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