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의 분수령이었던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조셉 J. 로치포트, 로렌스 새퍼드라는 해군 중령 두 사람 덕이었다. 이들은 일본 해군 암호 해독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당시 일본 해군은 4만 5천 개의 다섯 자리 숫자로 이뤄진 자기들의 일급 암호 JN-25는 해독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미군은 일본군이 미드웨이를 결전지로 선택할 때부터 완벽하게 해독하고 있었다. 승패는 이미 여기서 갈렸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바로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문화 때문이다. 로치포트와 새퍼드는 괴짜였다. 새퍼드는 해군사관학교 출신이면서도 질서 정연한 조직이나 획일적인 제복을 극도로 싫어했고 두발도 장교에 어울리지 않게 늘 봉두난발(蓬頭亂髮)이었다. 로치포트 역시 위계나 관료제를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근무 태도도 엉망이었다. 슬리퍼에 실내복 차림으로 복도를 활보하고 다녀 윗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이 운영한 '태평양함대전투첩보부대'(HYPO)는 이런 괴짜들의 소굴이었다.
하지만 태평양함대 사령관 체스터 니미츠 제독은 자유분방하게 사고하고 이상한 차림으로 다니는, 군대 같지도 않은 그 이상한 집단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옷차림과 산발한 머리, 자율 과잉의 HYPO 운영 방식에 전혀 간섭하지 않았다. 이 같은 자율과 창의에 대한 지휘관의 이해와 존중이 자유분방한 사고를 낳고 이것이 난공불락이라던 일본 암호 해독의 길을 연 것이다. 이런 문화는 서슬 퍼런 기강의 일본군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것이었다. 일본은 끝내 미군 암호를 해독하지 못했다.
세계 최대의 검색 엔진 업체인 구글의 핵심 인력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인 페이스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그 원인의 하나로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페이스북의 조직 문화가 꼽히고 있다. 구글의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관료주의가 심해지고 있는 반면 페이스북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최대한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율과 창의가 사라지면 혁신도 개혁도 기대할 수 없다. 통제는 그것으로 기대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제는 조직을 어느 정도까지는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지만 거기까지가 한계다. '구글 사태'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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