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버스터미널 등 고향가는 손님 북적
2일 설 연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구제역 파동과 이상 한파, 치솟는 물가 등 3중고가 겹쳐 여느 때보다 시름이 깊은 올 설 연휴지만 귀향객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한국도로공사와 코레일은 1일 오후부터 시작된 귀향 행렬이 2일 오전 절정을 이룬 뒤 오후부터 풀리겠다고 전망했다. 이날 오전 동대구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은 귀향객들로 북적였다. KTX 열차가 도착하자 출구 앞에서 서성거리던 이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마중나온 사람들은 "아빠!"라고 부르며 달려오는 딸의 짐을 반갑게 받아들거나 고개를 길게 빼고 가족들의 얼굴을 찾기 바빴다. 귀향객들은 새벽부터 서두른 피곤함도 잊은 채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식사도 거른 채 동대구역을 찾은 정재권(62·경북 군위군) 씨는 출구에서 나오는 손자들을 얼싸안았다. 정 씨는 "1년에 한두 번 명절 때만 손자들을 볼 수 있지만 항상 반갑고 즐겁다"며 "긴 연휴 덕분에 자녀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귀향객들은 구제역 파동과 한파, 북한의 위협 등 여러 악재를 딛고 이번 설이 따뜻하고 풍요롭길 기원했다.
어린 딸과 함께 고향을 찾은 이지혜(26·여·인천) 씨는 "직업군인인 남편은 연평도 포격 사건 여파로 고향에 같이 오지 못했다"며 "구제역 파동과 북한의 위협 등으로 어수선하지만 많은 사람이 넉넉한 명절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처가를 찾은 일본인 사에구사(35·성남시 분당구) 씨는 "일본에는 가족들이 전부 모이는 설날 같은 명절이 없다"며 "처가에 올 때마다 일본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동구 신천동 동대구고속버스터미널도 고향에 왔거나, 고향을 찾아 떠나는 이들로 만원이었다.
대전의 한 대학에 다닌다는 서민철(25) 씨는 "고향 오는 차편을 구하기 힘들어 새벽부터 서둘렀다"며 "친지들도 만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재충전을 한 뒤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자녀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 역귀향객들도 들뜬 표정이었다. 자녀들은 서울에 있고 혼자 대구에 산다는 이복조(80·여) 씨는 "명절이 되면 손자 손녀들이 너무 보고 싶어 열차가 출발하기 1시간 전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로 떠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여행가방을 끌고 가던 박동민(38) 씨는 "경북 청도가 고향인데 구제역 확산을 걱정한 부모님이 극구 귀향을 만류해 대신 친구가 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간다"며 웃었다.
한편 대구경북 지역 내 고속도로 경우 중부내륙고속도로 청원방면 상주~선산 21㎞ 구간과 진남터널~불정터널 3㎞ 구간의 정체가 이날 오전 일찍부터 시작됐다. 한국도로공사 경북본부 관계자는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의 차량 통행량이 점차 늘고 있고 2일 낮부터 차량 정체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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