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을 일컫는 이 거창한(?) 수식어에 이렇다 할 이의를 제기하는 한국 사람은 없을 듯하다. 안동은 예로부터 숱한 명현거유(名賢巨儒)를 배출한 양반 선비의 고장이자, 가장 많은 순국지사와 독립운동가를 낳은 국난 극복의 요람이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과 영남 유림의 정신적 고향인 도산서원이 있는 안동은 그래서 '세계 역사문화의 도시'에 다름 아니다. 국내 소고기 브랜드 1호인 '안동 황우촌'을 탄생시킨 안동은 '청정 한우의 고장'이기도 했다.
그런 안동이 최근 두 달 동안 모진 시련을 겪었다. 구제역 광풍 때문이다. 가축의 80%가 넘는 14만여 두의 소, 돼지를 생다지로 그러묻으면서 무너진 억장에다, 구제역 발생의 진원지라는 손가락질과 비난까지 감수해왔다.
게다가 안동 사람들은 구제역 바이러스를 머금은 숙주라도 되는 양 전국적인 기피 대상이 되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기관 단체의 공식 회의는 물론 경향 각지의 어떤 모임과 행사에도 안동 사람들의 발길을 노골적으로 꺼리는 분위기였다.
일본 오사카 문화 관광에 나섰던 명가(名家)의 원로들이 경북 안동에서 왔다는 이유로 공항에서 선걸음에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했고, 친척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 '안동'이란 이름이 붙은 관광버스를 타고 대도시에 갔던 사람들이 혼주만 겨우 내리고 되돌아왔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오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기면서 연말연시가 되면 들어설 자리도 없을 만큼 북적대던 갈비 골목이며 식당가도 파리를 날려야 했다. 안동 사람들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자존심의 실추였다. 그러나 안동 사람들은 다시 일어섰다.
'어게인 안동'(Again Andong)을 선언한 것이다. 구제역이 드리운 먹구름을 걷어내고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펴 올리고 있다. 출향인들도 함께 소매를 걷어붙였다. 축산물 소비 촉진 캠페인과 전통시장에서 장보기 운동을 벌이며 자존심 회복과 경제 회생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구제역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았던 안동이 가장 먼저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안동의 자긍심은 역시 살아 있었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그랬듯이 '어게인 안동'이 '어게인 경북'이 되고 '어게인 대한민국'으로 승화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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