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막연한 불안감…식탁엔 고기보다 생선
전국에 걸친 구제역 파동으로 소비자들이 육류를 멀리하면서 한우와 국산 돼지고기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제역에 걸린 고기라도 잘 익혀 먹으면 인체 감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막연한 불안감으로 육류를 외면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육류 대신 생선을 비롯한 수산물을 식탁에 자주 올리고 있다. 예년엔 설 선물로 육류가 인기였지만 구제역 때문에 백화점의 명절 선물 경향까지 바뀌고 있다.
◆구제역 파동에 생선은 신났다
21일 점심시간 대구 북구 침산동의 한 해산물 전문 뷔페에는 330㎡ 규모의 널찍한 공간이었지만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평일이었지만 자녀와 함께 온 가족단위 손님과 주부들의 계모임, 인근 회사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손님 이연자(57·여·북구 침산동) 씨는 "친구들과의 계모임에 왔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했다.
식당 업주도 함박웃음이다. 이곳 뷔페 담당 매니저 장우정(25) 씨는 "작년 동월 대비 매출이 20% 이상 올랐다"며 "최근 수산물 가격이 올라 걱정했지만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몰려 다행"이라고 했다.
같은 날 대구 북구 칠성동 한 대형마트 생선판매 코너엔 주부 대여섯 명이 고등어와 제주 생갈치, 동태 등 진열된 생선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구제역 여파가 숙지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쇠고기·돼지고기보다 안전하다고 여긴 생선을 밥상에 올리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주부 한승희(36) 씨는 "아무래도 구제역 때문에 한우와 국산 돼지고기에 손이 덜 가게 된다. 그렇다고 고기를 안 먹을 수도 없고 해서 호주산 고기나 생선으로 대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 담당자는 "구제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생선을 많이 찾고 있다. 갈치와 고등어, 동태 등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판매가 늘고 있으며, 생선 판매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 한우·돼지고기 전문점은 '울상'
한우와 돼지고기 전문식당가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5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정숙자(49·여) 씨는 "구제역 발생 이후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인근 육회나 한우 전문점도 10곳 중 4곳 이상이 문을 닫는다는 소문도 파다하다"라고 한숨지었다.
대구역 인근 한 불고기 전문점도 사정은 같았다. 업주 정동득(66) 씨는 "주말엔 사람들이 줄을 서기까지 했는데 요즘은 뚝 끊겼다. 정부가 구제역 피해 한우농가에 보상금을 주듯이 우리 같은 식당도 세제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제역으로 지역 백화점의 설맞이 선물 구매 패턴도 변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식품관 경우 올 설 선물세트에서 육류 비율이 30% 이상 줄었다. 이곳 직원 한상훈(35) 씨는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구제역 불안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이번 설 선물세트는 육류 비율을 줄이고 수산물과 건강식품을 많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제역은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 질병이며, 이를 먹는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 축산물위생검사부 이춘식 부장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소와 돼지는 곧바로 살처분 되기 때문에 도축되거나 유통되지 않는다"며 "구제역 바이러스는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육류를 드셔도 된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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