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모직이 퇴직 공무원 몫이 돼서야

입력 2011-01-22 07:00:39

대구시가 개방형 직제에 대한 대대적인 공개 모집을 앞두고 있다. 이미 공모를 발표한 정무부시장을 시작으로 2월 대구문화예술회관장, 3월 대구엑스코 대표이사, 5월 대구도시철도공사 전무, 8월 대구도시공사 전무 등 굵직굵직한 자리다. 개방형 직제 공모는 전문가를 임원으로 뽑아 조직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경영 안정을 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도 적극 권장해 지방자치단체의 산하 기관뿐 아니라 공보관이나 감사관 등 일부 공직에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과 달리 개방형 직제는 자치단체장의 입맛에 따라 선임된다. 대개 고위 공무원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공모 예정인 5곳의 자리 중 4명이 전직 고위 공무원이었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경북도 이런 현상은 비슷하다. 조만간 출범 예정인 한 재단의 대표이사에 이미 퇴직 공무원을 임명했다. 이미 다른 기관의 수장이나 임원도 대부분 고위 공무원 출신이 앉아 있다. 공모는 이름뿐인 셈이다.

물론 자치단체도 고민은 있다. 인사 적체가 심하고, 정년이 다 된 고위 공무원에게 중요 보직을 맡기기가 부담스럽다. 이럴 때 산하 기관 임원 자리를 보장하고 명예퇴직을 유도한다. 대외적으로는 예우가 되고, 내부적으로 인사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행정 편의에 따른 공직 내부의 문제일 뿐 수요자인 시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행태를 공개 모집이라는 이름으로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시는 이미 공모직과 관련해 잘못을 저지른 적이 많다. 인사추천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아예 공모를 무산시키거나, 특정 인사를 뽑기 위해 공모를 연기하기도 했다. 최근 대구FC 대표이사 선임은 아예 공모의 전례를 깼다. 내부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전임 대표이사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이어 이사회가 결정해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이다. 뛰어난 인사라면 공모를 통해 당당하게 임명할 수 있다. 이를 비켜간 것은 다른 자리도 공모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이상 공모직을 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것과 다름없이 운용해서는 안 된다. 공모직을 퇴직 공무원의 자리 보전용으로 변질시켜서는 더욱 안 된다. 이는 공모의 장점을 없애고, 시정에 대한 시민의 믿음을 깨뜨릴 뿐이다. 대구시의 투명한 공모직 운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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