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도자기를 얻어 오는 서장

입력 2011-01-21 10:47:59

'署出得陶'(서출득도)-경찰서를 나서면 도자기를 얻어 온다, '捕陶大將'(포도대장)-도자기 잡아 채는 데는 서장이 대장.

도자기를 탐하는 문경경찰 전임서장 등의 행태를 꼬집는 올해 문경지역 신년화두다. '문경서장이나 일부 간부 경찰관이 경찰서 문을 나서면 도자기 한두 점쯤은 아무 문제없이 얻거나 헐값에 거둬 들일 수 있다'는 이 이야기는 문경도자기 요장 주변에서 오래 전부터 떠돌던 도예인들의 탄식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도예인들은 그 동안 가슴 깊이 한처럼 새겨 놓았던 말들을 쏟아냈다. 10여 년에 걸쳐 반갑지 않은 손님들로부터 착취 아닌 착취를 당해왔던 힘 없는 도예인들은 "아무도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아 이러한 관행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서장과 일부 간부들의 요장 방문은 부임인사, 명절, 작품전시회, 도자기축제 등 핑계만 있으면 되풀이 됐고 한꺼번에 10여 점의 작품을 요구하는 파렴치한 사례도 허다했다. 어려운 여건에도 방범치안에 애쓰는 대다수 경찰관들의 명예에 먹칠할 수 있다는 우려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이현희 전 문경경찰서장이 '허심포산'(虛心抱山)이라는 사자성어를 작품에 담아 빚어 줄 것을 요구한 일종의 '주문식 백자 항아리'는 관행을 넘어 경찰서장으로서 너무 지나친 처사라는 비난이 거세다. 이 서장이 문경에서 6개월 근무연장을 신청한 것도 다 이 도자기 때문이라는 말이 경찰서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나돈다. 잘못된 요장출입 관행을 지적하자 이 서장은 "그래도 경북지방청장이 내게 격려 문자를 보내 왔다"며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어 보이며 자랑까지 해 혀를 내두르게 했다.

'경찰의 요장출입은 이제 그만'이라는 숱한 도예인들의 애원에도 이 서장은 끝까지 경찰의 요장출입은 문경서 관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가 막힐 일이다. 도예인뿐 아니라 잘못된 도자기 관행은 타파해 스스로 경찰행동강령을 지켜야 한다는 게 지역민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포도대장'(捕陶大將)의 오명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우면 태산을 품을 수 있다'는 '허심포산'(虛心抱山)의 마음으로 돌아가 진정한 '포도대장'(捕盜大將)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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