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육상 강국을 가다] (6)독일의 실내육상센터

입력 2011-01-21 10:58:01

"실내서 맘 놓고 달린다" 전 종목·훈련 대회 가능

독일 육상 선수들이 프랑크푸르트의 실내 육상경기장
독일 육상 선수들이 프랑크푸르트의 실내 육상경기장 '라이히타트레티크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독일 학생들이 실내육상센터에서 뜀틀, 높이뛰기 등을 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독일 학생들이 실내육상센터에서 뜀틀, 높이뛰기 등을 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실내에서 육상 훈련을 하고 대회까지 치를 수 있는 시설은 전 세계에서도 많지 않다. 비용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육상 수요가 있어야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대구에 훈련과 대회가 모두 가능한 국내 최초의 전천후 실내 육상진흥센터를 짓고 있지만 여러 가지 걸림돌로 건립이 늦어지고 있다. 그런데 독일에는 전문적으로 육상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실내육상센터가 10개 정도 있다. 이는 독일에서 육상이 인기가 있다 보니 '인기-투자-발전'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실내육상센터의 시설과 이용도는 어떨까. 육상 전 종목 훈련 및 대회 개최가 가능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실내 육상경기장 '라이히타트레티크(LEICHTATHLETIK)센터'를 찾았다.

◆프랑크푸르트의 '라이히타트레티크센터'

훈련센터를 찾은 날은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휴가철인데다 프랑크푸르트 폭설로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았지만 트랙, 도약 및 투척 선수들과 일반 시민 등 100여 명이 종목별로 훈련과 운동을 하고 있었다. 선수가 아닌 어린이 수십 명도 코치의 지도에 따라 미니 높이뛰기, 뜀틀, 징검다리 건너기 등을 하며 육상을 즐겼다. 선수들은 바벨을 단 줄을 어깨에 메고 전력 질주하며 야외에서 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는 훈련을 하고 있었고 트랙 곡선에 경사를 준 이색적인 트랙에서 달리기 연습을 하는 선수들도 적잖았다. 이곳 훈련센터는 실내임에도, 육상 전 종목을 훈련하고 경기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 센터는 15년 전 프랑크푸르트 시에서 지은 200m 트랙의 실내 육상경기장으로, 400m 트랙을 갖춘 실외 종합경기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100m 등 트랙 종목과 멀리뛰기, 높이뛰기, 장대높이뛰기 등 도약 종목은 물론 투척 종목 시설까지 갖춰 전 종목 훈련과 대회 개최가 가능하다. 센터 이용은 육상 선수가 우선이고 프랑크푸르트 시민도 회비를 내면 이용할 수 있다. 또 육상 선수들이 사용하고도 여유가 있으면 축구 등 다른 종목 선수들도 이용 가능하다. 매일 오후 5, 6시쯤 되면 이곳은 육상 선수 200여 명에다 시민들까지 합세해 늘 북적거린다.

◆최상의 훈련 시설

이곳에서는 대규모 국제 대회가 열리지는 않지만 매년 헤센 주나 프랑크푸르트 시에서 주관하는 육상대회가 열린다. 해마다 분기별로 1번씩, 4번의 공식 실내육상대회가 열리고, 헤센 주 차원의 육상대회도 이곳에서 개최된다. 이곳에 등록돼 훈련하는 육상선수만 해도 헤센 주 및 프랑크푸르트 시 소속 200명 정도로,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국가대표 선수와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또 이곳에서 훈련하는 선수와 친분이 있는 선수 등 10명 안팎의 국가대표도 이곳에서 훈련한다. 지난해 12월엔 독일 높이뛰기 국가대표 선수들이 와서 단체 훈련을 받기도 했다.

이곳 센터에서 눈에 띄는 시설은 트랙 곡선 주로에 인체공학적 경사를 준 것이다. 실내 육상경기장 특성상 레인이 4개뿐이고, 트랙도 200m여서 곡선 주로 각도가 실외 트랙보다 급하다 보니 부상 방지를 위해 경사를 줬다. 이 센터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해머 등 투척 종목 훈련이 가능한 시설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센터는 해머던지기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인기 있고 강한 종목임을 감안, 투척 종목 훈련 시설을 특별히 마련했다. 센터 오른쪽에 공간을 넉넉히 두고 대형 그물을 사방에 설치해 그 안에서 해머, 포환던지기 등 투척 종목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다. 투척 종목 선수가 아니더라도 10종 경기 등 투척이 포함되는 종목의 선수들도 투척 훈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의 모나 스타이그아우트 센터장은 "투척 종목이 강한 옛 동독 지역에는 투척 실내 연습장이 1, 2곳 정도 있지만 옛 서독 내 지역에서 해머 실내 연습장을 갖춘 곳은 이곳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일반인도 이용 가능

이 센터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상 등 운동을 하고 싶으면 회비를 내고 3개월 단위로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실내육상센터를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회원제로 운영하는 곳은 독일에서도 거의 없다. 이용료를 내기 때문에 시설 관리도 철저하다. 개인이든 단체든 신청하면 사용할 수 있는데 센터장에게 문의하면 트랙, 필드 등 원하는 종목과 시간 등을 확인해서 일정을 정해준다. 이곳의 운영 시간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여서 늦은 시간에도 운동을 할 수 있다.

또 이곳에서 운동하다 센터에 상주하고 있는 코치에게 자세와 방법 등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고 돈을 내면 지도를 받을 수도 있다. 이곳에서 운동하는 일반인이나 훈련하는 다른 종목 선수 중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있으면 센터 전문 육상 코치가 특별 지도를 해주기도 한다. 2층에는 좌석 등 공간이 마련돼 있어 평소 자녀 등 가족, 친구들의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1층에도 이동 간이식 좌석 시설을 갖춰 육상대회 때 관중석으로 사용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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