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35) 씨는 17일 오전 출근길에 택시를 이용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급하게 나오느라 현금을 챙기지 않아 카드 결제기를 설치한 택시를 골라 탔지만 운전기사가 카드 결제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는 "바쁜 와중에 다른 택시를 다 보내고 일부러 카드 택시를 탔는데 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해서 기분이 상했다"며 "이럴 거면 뭐하러 비싼 돈 들여 카드 결제기를 택시에 설치했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올해 대구 방문의 해와 8월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겨냥해 대구시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카드 결제가 가능한 '카드 택시'의 보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택시기사가 많다.
18일 대구시에 따르면 1만7천96대의 택시 중 카드 결제기가 설치된 택시는 4천560대로, 전체의 27%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전체 택시의 96%가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시는 올 6월까지 1만1천여 대의 택시에 카드 단말기를 추가로 설치해 97%까지 '카드 택시' 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카드를 받지 않는 '카드 택시'만 늘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카드 택시 운전기사들이 카드 수수료 등을 핑계로 카드 결제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 카드 수수료는 요금의 3%인데, 이 수수료를 운전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이유다.
한 택시 운전기사는 "손님이 카드로 택시요금을 지급하면 한 달 평균 카드 수수료만 10만~15만원가량 빠지는데, 어느 기사가 카드를 선호하겠느냐"고 했다. 다른 택시기사도 "귀찮고 수수료 부담도 있어 손님들에게는 카드 결제기가 고장 났다는 등의 핑계를 대고 현금을 요구한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대구시는 카드 택시 확대에만 관심이 있을 뿐 카드 결제 거부에 대해 무대책이다.
모범택시를 13년째 몰고 있는 정재운(60) 씨는 "서울시는 시가 카드 수수료를 지원해주고 있어 카드 결제가 일반화돼 있다"며 "시가 이런 배려도 없이 무작정 카드 택시만 늘리는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대구 브랜드 택시인 '한마음 콜' 한 관계자는 "운전기사가 손님의 카드 사용을 거부할 경우 일정기간 콜센터 이용 불가, 2차 적발 시엔 과태료 10만원 부과 등 회사 나름의 자구책을 쓰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회사는 카드 결제를 거부하더라도 마땅한 제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구시는 카드 수수료를 낮추고 운전자 교육을 통해 카드 결제 거부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개인택시 및 법인택시의 경우 개인 돈으로 카드 결제기를 장착해 사용하는 것이어서 결제 거절 시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다"며 "하지만 앞으로 택시기사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운전자 교육 등을 병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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