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때 불입액 2배 지급 저소득층 빈곤탈출 사업, 저축 가입자 2배로
"하루 벌어 먹고사는 처지에 매달 10만원씩 저축을 하라니, 처음엔 손사래를 쳤어요. 하지만 이제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혼자서 세 딸을 키우는 윤성준(42·대구 달서구 성당동) 씨는 400만원이 넘게 든 적금 통장을 생각하면 가슴이 뿌듯하다. 1990년대 초 중고차 매매업을 하며 사장님 소리를 듣다가 파산했고, 다시 시작한 식당 사업도 IMF 때 무너졌다. 6년 전 부인마저 가출하자 윤 씨는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고속도로 현장 공사일을 해 세 딸을 뒷바라지하는 것도 힘에 부친 형편에 적금은 '꿈'이었다.
그런 윤 씨에게 2009년 5월 한 사회복지사의 권유로 시작한 '행복나눔통장'은 미래를 위한 첫 시작이었다. 그가 10만원을 저금하면 후원단체인 대구시의사회에서 같은 금액을 통장에 넣어준다. 윤 씨의 노력과 후원자들의 사랑이 모인 '합작품'이다.
윤 씨는 대구 달서구청 저소득층 자활사업인 '행복나눔통장'의 수혜자다. 그는 5년 뒤를 생각하면 희망이 샘솟는다. 저축하는 습관도 생겼다. 그의 집에는 동전이 가득 차 있는 돼지 저금통 2개가 있다.
윤 씨에게 최근 복이 또 찾아왔다. 이달 10일 기계체조 선수인 막내딸 나래(15)가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 나래를 위해서라도 윤 씨는 '더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올해 3년째를 맞이한 '행복나눔통장'이 저소득층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행복나눔통장은 저소득층이나 차상위계층이 매월 5만~10만원씩 3~5년간 저축하면 후원자가 같은 금액을 추가로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만기 때 자신이 저축한 금액의 2배를 받게 되는 셈. 구청에서 진행하는 사업이지만 개인과 민간단체의 후원을 받아 내 이웃의 자활을 돕기 때문에 구비는 투입되지 않는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사업 성과를 비교하면 선정자는 30명에서 60명, 후원금액은 487만원에서 924만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현재 대구시내에서 달서구청만 이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불황 여파로 '후원자 모집'이 어렵기 때문이다. 달서구청 주민생활지원과 관계자는 "후원금이 늘면 수혜자도 증가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대구시에서도 지난해부터 '희망키움통장' 사업을 시행중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의 '탈수급'을 목표로 하는 희망키움통장은 후원금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선정자의 근로 소득에 따라 시에서 '근로소득장려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근로소득장려금 선정자는 총 689명이며 12억2천500만원의 국·시비가 투입됐다.
두 통장의 성과가 당초 예상보다 좋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자활의지가 있거나 탈수급을 꿈꾸는 이들을 지원해 빈곤 탈출을 돕는 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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