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보다 절망인 사회 '집단우울증' 度넘었다

입력 2011-01-13 10:52:47

北도발·구제역 트라우마·물가 불안까지… 서민들 '힘겨운 나날'

"택시를 타는 손님들의 얼굴이 어둡고 말을 건네지 않습니다. 희망보다 절망을 더 많이 목격합니다."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이어 연말 발생한 구제역이 새해에도 확산 일로로 치달으면서 국민들이 힘겨움에 지쳐있다.

연이은 대형사건의 피해 당사자들은 심각한 트라우마(충격적인 경험 뒤에 오는 정신적 후유증)로 신음하고 있고, 시민들은 구제역 확산과 물가불안으로 '힘겹고 불안하다'며 심리적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의료원 신경정신과 권영재 과장은 "과거 수 차례 전란을 겪을 때에도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자살을 하는 사람이 넘쳐나지는 않았다"며 "국가 전체의 철학, 즉 근간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 과장은 또 "스스로 안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자꾸 밖에서 '무엇무엇 때문에'라는 식으로 핑계거리를 찾아 국민들이 작은 스트레스에도 무너지고 공황에 빠지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했다.

지난해 남한의 허를 찌른 북한의 두 차례 도발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천안함 폭침에 우리 군은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내렸으나 일부 단체와 진보 인사들은 사건 진상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갈등을 빚어 국민들이 혼란을 겪었다. 또 7개월 뒤인 작년 11월 북한이 서해 연평도를 포격, 남북 관계는 급격히 냉각됐고 한반도는 일촉측발의 전쟁 위기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다.

연말 발발한 구제역 사태는 악재에 악재가 겹친 격. 특히 전국 최대 축산 농가를 보유한 대구경북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이때문에 축산농과 음식업계 등이 고사 위기에 빠졌고 언제 구제역이 숙질지 알 수 없어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형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피해 당사자들은 말 그대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 부상 장병의 가족들은 사고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구제역 발생지역의 농가와 공무원들도 '구제역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형 사건·사고로 식당가와 관광지마다 손님 발길이 뚝 끊겨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안동에 사는 주부 김지선(38) 씨는 "이동에 제한을 받는 데다 축산농과 음식업계가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이곳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남편의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는 계속 오르니 앞날이 막막하다"고 전했다.

일반 시민들의 심리상태도 '공황'에 가까운 수준이다. 직장인 이종호(34) 씨는 "북한을 두고 진보와 보수 간 끝없는 논쟁이 벌어지고 구제역 파동이 겹치니 마음 편할 날이 없다"며 "혼란이 이어지는데도 정부의 위기 대응은 서툴러 올 한 해도 힘겨운 날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계명대 임운택(사회학과) 교수는 "북한의 도발 등을 두고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정부와 사회지도층은 구제역처럼 시민생활과 밀접한 사안들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최우선적으로 챙기고 시민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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