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통 부재가 권력 누수를 부른다

입력 2011-01-11 11:01:20

한나라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공식 촉구하면서 여권이 흔들리고 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10일 정 후보자에 대해 감사원장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청와대에 이 같은 결정을 통보했다.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에다 7개월간 매달 1억 원의 로펌 수입 등을 이유로 감사원장으로서 적격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자진 사퇴 촉구가 국정 수행의 악영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한나라당에 대해 청와대는 절차와 방식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격앙하고 있다.

감사원장 후보자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파문은 인사 시스템의 문제와 소통 부재가 불러온 결과다. 총리 및 장관 후보자 낙마 이후 인사 시스템 강화책을 마련했지만 임명 초기 과정의 미숙하고 안일한 검증은 여전하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상되는 문제들을 꼼꼼히 따졌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국정 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여권 내부의 대화와 협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권의 혼란을 두고 정치권 일부에선 현 정부의 권력 누수 현상(레임덕)의 신호탄으로 여긴다. 당장 내년 총선과 대선을 두고 여당이 청와대와 각을 세울 소지가 적지 않다고 본다. 청와대와 여당이 맞설 경우 레임덕은 없다고 공언한 대통령의 구상은 크게 어긋날 소지가 크다. 여당 내부의 지도력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물러날 권력과 살아남아야 할 권력 간의 갈등과 대립은 어차피 피할 도리가 없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차질을 빚더라도 의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으려는 미련을 버리지 않을 터다. 레임덕의 방지에는 소통이 필수다. 권력 누수를 막으려면 권한을 나눠야 한다. 대통령의 레임덕과 여권의 혼란은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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