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양성판정 38일 만에 41개 시군 확산…5월까지 안심 못한다

입력 2011-01-08 07:08:01

구제역 파동…가축 80여만 마리 매몰, 예상 피해액 1조원 넘어

구제역 차단을 위해 설치된 바리케이드. 38선 마냥 마을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구제역 차단을 위해 설치된 바리케이드. 38선 마냥 마을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구제역 파동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구제역 파동 탓으로 소·돼지 80여만 마리가 땅에 묻히는 참상이 벌어졌다. 가축 보상비와 방역비를 합친 직접적인 구제역 관련 지출이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간접 손실까지 감안한 사회적 비용은 돈으로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구제역 침출수 유출 등으로 2차 오염까지 우려되고 있다. 방역당국 역시 구제역 확산 속도와 방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국가적 재앙이 되고 있다.

◆구제역 파동 국가적 재앙

평균 3년에 한 번씩은 발생하는 구제역은 그 때마다 축산농가에 큰 피해를 주곤 했다. 그러나 이번 구제역은 국가적 재앙이 되고 있다. 확산속도나 피해가 사상 최대다.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양성 판정이 난 이래로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초발생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경북·경기·강원 등 3개 시도의 19개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12월 23일 기준). 이어 보름만에(5일기준) 6개 시도 41개 시군으로 확대되는 등 걷잡을 수 없다.

한마디로 전국이 초토화되고 있다.(표 참조) 살처분된 가축도 지난달 말 27만8천530마리에서 보름만에 72만2천54마리가 묻혔다. 매몰 대상 가축 역시 2천875개 농장의 가축 82만6천456마리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가축의 6.1%다. 이중 돼지가 73만5천409마리(88.9%),한우는 8만8천286마리(10.6%)다.

피해액도 천문학적 수치다. 5일 현재까지 예상 피해액만 1조원을 넘어섰다. 앞으로 축산 농가가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갈 때까지 들어갈 비용은 천문학적 금액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작업 중 2명이 사망했고 30여 명이 다치는 등 인명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소, 돼지 발병률이 높은 이유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게 전염되는 구제역. 그렇다면 왜 하필 유독 소나 돼지에게 발병률이 높은 걸까.

전문가들은 소 10마리가 구제역을 앓는다면 염소나 양은 2, 3마리에 그친다고 설명한다. 종마다 구제역 바이러스와 반응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소, 돼지, 양, 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의 상피세포로 침투한다. 상피세포는 내장기관의 겉을 이루는 세포로 일단 동물이 감염되면 구제역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 상피세포의 수용체와 붙어 동물 세포속으로 들어갈 통로를 확보한다. 동물의 세포 속으로 들어간 바이러스의 유전인자는 세포의 DNA와 결합한다.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는 복제를 거듭하게 되고 결국 세포를 파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세포가 자기 복제를 할수록 바이러스 역시 함께 늘어나 파괴되는 세포가 늘어나게 되고 세포괴사, 세균감염, 괴양 등 치명적인 병을 유발한다.

여기서 수용체는 세포에 바이러스가 붙도록 하는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세포수용체의 모양(구조)은 동물마다 다르다. 소와 돼지가 다른 동물보다 구제역 발병률이 높은 것은 이 동물들의 수용체가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이 잘 결합하는 모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제역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이 세모꼴이라고 하면 소와 돼지의 상피 세포 수용체에는 세모꼴 홈이 나 있어 바이러스가 결합하기 쉽다. 하지만 염소나 양에서는 이와 같은 수용체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구제역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것이다. 소, 돼지, 양, 노루, 산돼지, 기린 등의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수성이 있는 동물들이라도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한 감수성이 차이가 나는 이유다. 실제 돼지는 염소나 양에 비해 바이러스가 늘어나는 속도가 30~100배정도 빠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나 낙타, 개, 고양이, 조류 등은 바이러스가 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는 확률이 낮아 구제역에 걸리더라도 피해가 경미해진다.(표 참조) 김기석 경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라고 해도 모두가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모양의 수용체를 갖는 동물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상피세포 안으로 침입하기 어려워 구제역에 덜 걸리고 걸리더라도 피해가 경미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구제역 파동은 'ing~'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구제역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경북안동에서 이웃인 예천, 영주, 봉화, 청송까지 번질 때만해도 결코 타 시도까지 번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실제 방역 당국은 구제역 발생 초기만 해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우리나라 방역 체계의 우수성을 알리며 비교적 자신만만했다.

그러나 '경북 안동 방역선'으로 구제역이 잡힐 것이라던 정부의 예상이 초기에 빗나간 이후 구제역은 무작위적으로 확산됐고 방역 능력은 한계에 부닥쳤다. 예방백신 접종도 구제역이 퍼지고 나면 접종 지역을 늘리는 등 사후 약방문식으로 이뤄진데다 백신을 맞은 동물조차도 구제역에 걸리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감염경로를 놓쳐 구제역 화산속도와 방향을 일찌감치 놓치고 말았다. 시험출제 방향을 모르고 죽어라 열심히 공부해봤자 성적이 안 나오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앞으로 상황은 낙곽적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구제역은 일단 한 도시에 들어오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확산된다. 구제역 특성상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면 더욱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실제 구제역은 섭씨 50도 이상의 온도에서 파괴되지만 기온이 낮아지면 활동력이 강해지는 등 열에 약하고 추위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무더위가 시작되는 5월 말까지는 구제역의 활동이 왕성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구제역 침출수까지 누출돼 2차오염이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장원혁 경북도 축산과장은 "상황이 심각하다. 물론 전염병이라는 특성상 갑자기 숙지는 경우가 있지만 전국적으로 전파된 상황이라 추가 피해도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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