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의류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인 SPA 브랜드들은 고객 수요와 시장 상황에 따라 1~2주 만에 다품종 대량공급을 한다.
자라, 유니클로, 갭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발빠른 생산과 과감한 디자인을 앞세워 국내 패션시장 깊숙이 자리잡았다. 이들 브랜드는 일주일에 많게는 두 번 신상품이 나온다. 이를 바라보는 대구 패션계는 착잡하다. 하지만 위기임에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패션 업체들이 있다. 2011년 주목할 만한 패션인들을 만나본다.
㈜혜공의 수석디자이너 도향호 씨는 이달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의류전시회 '후즈넥스트'(WHO'S NEXT 2011) 전시회에 갖고 갈 옷들을 점검하느라 바쁘다. 뒤이어 2월 말에는 한국 패션문화 해외진출 지원사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컨셉코리아Ⅱ' 무대에도 선다. 이상봉, 정혁서, 배승연, 최범석 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옷을 선보이게 되는 것. 도 씨는 연초부터 해외 진출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혜공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만 45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서울은 물론 전국 54개 매장에서 거둔 수익이다. 이 가운데 대표 브랜드인 '도호'(Doho) 매장은 45개. 이미 '대구 브랜드'의 이미지를 벗어 던진 지 오래이고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금 벨기에와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에 매장을 내기 위한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유럽 시장에 본격 상륙하면 중국 시장에는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진입할 수 있어요. 수많은 러브콜이 있었지만 그 때를 위해 수년간 기다려왔습니다."
모든 패션업체가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을 접던 1998년, 부인복을 주로 하던 혜공은 새롭게 '도호' 브랜드를 내놓았다. 도호는 출시 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경제력과 패션 감각을 겸비한 30, 40대 여성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진 것. 그는 일본의 하라주쿠 등 패션 거리에서 도호를 착안했다.
"일본에 가보면 모두들 저마다의 독특한 패션 스타일을 갖고 있어요. 자유분방한 자기 표현이 재미있죠. 나도 정제된 옷보다 개성을 드러내는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내친 김에 토털 브랜드로 나아갔다. 옷에 어울리는 신발, 가방, 벨트 등 패션에 관한 모든 액세서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검은 컬러에 절개선이 화려한 도호의 스타일이 도심을 수놓았다.
하지만 몇 년간 유행이 계속되자 '식상하다'는 이미지가 생겨났다. 그는 2009년 디자인 콘셉트를 대폭 수정했다. 검은색 대신 컬러를 강조하고 타켓층을 한층 낮춘 20, 30대를 겨냥하는 새로운 패션을 제시한 것.
동시에 서울 사무실을 통해 스타 마케팅을 진행했다. 소녀시대, 김남주, 서인영, 윤은혜 등 톱스타들이 도호의 옷을 입고 나오면서 젊은 층에게 크게 어필했다. '브랜드 디자인을 바꾸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패션계의 통설을 깨고 오히려 20대까지 고객층을 넓혔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여성스러운 디자인과 컬러로 20대부터 40대까지 고른 사랑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지방 브랜드라고 설움도 많이 당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 브랜드 못지 않게 인정받고 있죠. 이제 자신만의 개성이 없는 브랜드는 사라질 수밖에 없어요. 차별화되는 브랜드가 오래 갈 겁니다."
혜공의 대표이자 남편인 김우종 대표는 영업에, 아들 김영석 전무는 국내외 마케팅에 집중해 감사 직을 맡고 있는 도 씨는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는 대구에서 생산되는 소재를 십분 활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디자이너는 소재 기획능력도 있어야 해요. 원사 기획부터 재직, 가공까지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하죠. 서울 사람들은 본사를 왜 서울로 옮기지 않는지 궁금해 하지만 결국 섬유 도시에서 훌륭한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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