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올라도 꼭꼭 숨은 개미들…

입력 2011-01-08 07:30:22

안전자산에 돈 묶이고, 금융 위기 '트라우마' 아직도

코스피 2,000시대가 열렸지만 개미들은 여전히 잔뜩 움츠리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한 해 동안 21% 이상 급등했지만 개인 투자자금은 주식이나 증시와 연계한 금융상품보다는 은행 정기예금 등 안전 자산에 꽁꽁 묶여 있는 것.

지역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추가 상승 여부와 직접 투자 여부를 문의하는 고객은 부쩍 늘었다. 랩 어카운트나 ELS 등 주가연계상품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문의가 실제 투자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들은 주식시장에서 사상 최대인 5조2천4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투자자예탁금은 11조7천865억원에서 13조7천24억원으로 늘어났지만 국내 주식형펀드에 대한 설정 잔액은 75조4천481억원에서 61조1천244억원으로 오히려 14조3천237억원 감소했다. 단기 대기자금인 개인투자자들의 머니마켓펀드(MMF) 설정 원본 역시 2009년 말 26조4천183억원에서 지난해 말 23조1천95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부터 열풍이 불기 시작한 자문형 랩 어카운트도 은행의 저축성예금 증가액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랩 어카운트 계약 자산 규모는 2009년 말 19조9천703억원에서 지난해 10월 말 33조5천636억원으로 13조5천933억원 증가한 데 비해 저축성예금 잔액은 666조3천193억원에서 789조5천250억원으로 123조2천57억원이나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아직 금융위기 당시 겪었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코스피지수가 처음 2,000선을 웃돌 때 펀드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에 발을 디뎠던 개인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큰 손실을 봤고, 지수가 반등하자 원금 회수에 나섰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쉽게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자금이 일단 은행 예금으로 몰렸다. 그러나 경기 회복과 함께 주가지수가 상종가를 치고 있는데도 당시 악몽을 떠올리며 추가 상승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만족할 만한 수익을 올리지 못한 개인투자자금이 조금씩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에 자문형 랩 어카운트나 주가연계증권(ELS)에 유입된 자금이 저위험 저수익 자산에 대한 관심 두기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랩 어카운트는 물론 펀드로도 투자자금이 흘러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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