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공평하게 모두 한 살씩 나이를 먹었다. 한 살 더 나이를 먹는 사람들의 자세는 참 다양하다. 이웃집 다섯 살짜리 꼬마는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우쭐해 하고 뿌듯해 했다. 여섯 살이 되니 하루아침에 갑자기 형님이 된 듯 느끼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20대의 딸은 한 살 나이 먹는 것을 별로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나이 먹는 것을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아마도 중년이 아닐까 싶다. 49세에서 50대가 되는 사람들, 59세에서 60대가 되는 사람들은 이번 새해가 훨씬 힘들다고 호소한다.
한참을 바쁘게 내달리던 사람들이 서서히 달리는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중년,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의 나이 앞에 무력해진다. '나에게 50대가 없을 줄 알았다' '젊을 때는 60살도 아직 살아있나 느꼈다'는 말을 한다. 이제 평균수명이 훨씬 늘어나 중년, 노년의 개념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나이의 앞자리 수가 달라지는 것에 대한 충격과 허탈감은 그 누구도 피해가기가 어렵다. 그런 때 마음 관리를 잘못하면 우울증이 비집고 들어오기 쉽다.
요즘 서점가에는 부쩍 나이에 대한 서적이 많이 나온다. '20대에 꼭 해야 할 몇 가지 일들' '서른 살의 심리학' 등이 인기다. 자신의 나이를 공감해주고 그 나이를 살아가고 있는 보이지 않는 다른 독자들로부터 은근히 지지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살아오면서 제대로 풀지 못했던 응어리를 책을 통해 위로받는 것은 친구들과의 수다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새해에는 한 살 나이를 더 먹은 자기 자신에게 '잘 살아왔다'는 격려를 했으면 좋겠다. '내 나이가 벌써'라는 자책과 미련보다는 과거에 대해 긍정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해 희망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때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흰 떡국 한 그릇은 참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희고 매끄러운 떡과 뜨끈한 국물을 한 그릇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조상들은 새해에 지내는 차례를 '떡국 차례'라고 불렀다. 최영년(1856~1935)이 지은 '명절풍속'에서 "옛 풍속에 절사의 예가 있으니 이를 차례라고 한다. 매년 설날 아침에 흰 떡국을 올리고 온 가족이 모여 그것을 먹으니 이를 떡국 차례라고 부른다"고 나와 있다.
새해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떡국을 먹는 풍속에서 가족의 개념을 조상까지 확대해서 조상님께도 흰 떡국 한 그릇을 대접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수십 년 전 세상을 떠난 조상도 저 세상에서 한 살 나이를 먹을까. 다른 세상에서의 나이는 어떤 의미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대구세계차문화축제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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