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섬유다] (하)지역 섬유산업 구조개편

입력 2011-01-06 10:10:14

의류편중 구조 탈피 산업용 신소재 눈돌려야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주)보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섬유펠트를 생산하는 업체로 산업용 섬유 소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주)보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섬유펠트를 생산하는 업체로 산업용 섬유 소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섬유 전문가들은 의류에 편중된 섬유산업이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구경북 섬유산업은 의류용 일변도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및 신소재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은 물론 한국은 아직도 중국, 대만 등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의류용 범용 제품에 치중하고 있다. 신섬유 시장은 일부 선진국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독과점 상태이다. 이런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도 지역 일부 섬유 업체를 중심으로 신섬유로의 구조 개편이 일어나고 있다. 대구경북이 '다시 섬유다'라는 명제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구 섬유의 진화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산업용 섬유 전문생산업체인 ㈜보우. 전국에서 유일하게 섬유펠트를 생산한다. 각종 섬유소재를 촘촘히 바느질해 5∼20㎜의 다양한 두께로 만드는 펠트는 수십∼수백t의 기계 압력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원상회복력도 빠른 최첨단 산업용 섬유다.

비싼 것은 1㎡당(두께 3㎜ 기준) 가격이 400만원 정도. 일본산(600만원 정도)보다 싸지만 품질은 오히려 일본 것을 능가한다. 특히 섬유 후공정에 쓰이던 용도에서 나아가 고급 철판을 뽑을 때 철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방탄, 방검, 소방 용도로도 쓰이고 최근에는 하수 슬러지처리용 탈수기와 여과기 등 환경신소재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100여 종이 생산되고 있다. 보우는 1988년 설립 이후 산업용 섬유만을 고집하고 있다.

보우가 산업용 엔드레스 펠트를 생산하기 전에는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 섬유 선진국에서 100% 수입에 의존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이 펠트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외국 회사에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했고 물건을 받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만약에 대비한 재고부담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보우가 자체 또는 전문 연구기관과의 공동 노력으로 이 펠트를 개발해 상품화하면서 사용 업체들은 수입 대체에 따른 원가절감과 품질향상 등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일본으로 역수출을 통해 무역수지 개선에도 한몫하고 있다.

보우 권진현 실장은 "남들이 생산하는 제품을 만들면 경쟁력이 없다"며 "대구 섬유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산업용 섬유 생산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마는 친환경 섬유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의류 직물 전문업체인 시마는 웰빙열풍에 맞춰 콩섬유, 대나무섬유 등 친환경 섬유를 꾸준하게 개발하고 있다. 콩섬유는 두부를 생산하고 남은 찌꺼기를 사용해 만든 섬유로 부드럽고 광택이 있으며, 실크와 유사한 특징이 있다. 대나무섬유는 대나무 특유의 청량감에다 항균효과도 있다.

김지미 대표는 "의류용 직물을 고부가가치화하기 위해 친환경 섬유로 눈을 돌렸다"면서 "친환경 섬유를 대표 품목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산업용 섬유가 해법이다

세계도 지금 신섬유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 우주항공, 의료, 군수 등 산업에 필요한 초경량, 고강도 첨단소재로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섬유소재와의 차별화, 고부가가치화 추구는 물론 원가절감을 위해 혁신설비를 도입하는 한편 친환경 섬유, 산업용 섬유를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00년 1천965억달러에 불과했던 세계 신섬유 시장 규모는 2015년쯤 5천81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전체 섬유시장(1조6천821억달러 예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평균 시장 규모 증가율도 15.7%에 이른다. 이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7%(12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섬유대학 컨소시엄이 1992년 공동 수립한 NTC(National Textile Center)에서 매년 1천만달러에 이르는 상무부 지원을 통해 대체용 섬유소재, 친환경·융합 기술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 일본은 NEDO(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를 중심으로 한 정부 주도로 자동차 경량화 탄소섬유 개발에 20억엔을 지원하는 등 슈퍼섬유와 복합기술을 중점 개발하고 있다. EU는 1984년부터 FP(Framework Program)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유럽 각국 공동으로 원천기술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참 뒤처졌다. 정부가 얼마전 산·학·연 합동 '신섬유 기술로드맵'을 내놨지만 늦은 감이 적지 않다. 현재 한국은 신섬유 분야에서 선진국과 4~7년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 산업용 신섬유 기술수준은 약 68%에 불과하다.

이춘식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원장은 "지역 섬유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닌 고부가가치산업이며 무궁무진한 성장사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며 "일본처럼 섬유산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꿔 첨단산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도 섬유산업의 중요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산업용 신섬유=1999년 일본 정부가 발표한 '일본 신섬유 비전'에서 나온 용어다. 국내 업계에선 ▷탄소섬유 ▷슈퍼섬유(초강력섬유) ▷친환경(재생)섬유 ▷스마트섬유 ▷나노섬유 등을 통칭해 부르고 있다. 대표적인 신섬유로는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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