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주당 '통일세 반대' 설득력 없다.

입력 2011-01-06 07:26:15

최근 통일세를 도입하자는 입법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남북이 분단된 지 어언 60여 년. 그동안 온갖 방법으로 대북관계의 해법을 모색해 왔지만 진전은 고사하고 분단이 장기화됨에 따라 남북 간의 불신과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국민들은 분단현상에 무감각할 정도로 익숙해지고 있는가 하면 젊은 세대 등 일부 국민들은 현실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조차 보여주고 있다. 남북통일을 위해 투자하는 물적, 심적 희생보다 현실 안일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남북통일 과업은 유구한 역사와 단일민족으로서 겨레는 하나로 결속되어야 한다는 '이상주의적' 차원에서가 아니고 정치, 경제, 사회, 특히 안보에 투자되는 비용의 손익 등을 감안한 '계산적 효용성'에 입각하여 다루어 나갈 때 빠를수록 유익하다. 통일은 주변 정세와 북한의 상황 여하에 따라 어쩌면 예상외로 빨라질 수도 있다. 최근 연평도 포격 사태를 일으킨 북한의 제반 상황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체제 전반에 걸쳐 뒤틀림이 보여 이제 그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한 느낌은 첫째, 정치적 측면에서 김정일의 무소불위의 일인 직할통치에 대한 불평불만이 소수 군부를 제외한 각계각층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북한의 통치구조상 폭압으로 억제되어 있던 반 김정일 민심이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적 안정에 위험신호가 되고 나아가 일부 정치적 불만세력이 암암리에 동조할 때 급변 사태의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 김정일의 건강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200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김정일의 건강 문제가 국내외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지금까지 그의 건강 문제가 끊이지 않았는데 2009년 5월경 지병인 당뇨성 만성신부전증이 악화돼 현재 혈액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최근 그의 거동이 불편함을 감출 수 없으며 약관 27세의 김정은으로 하여금 세습을 서두르는 것도 건강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상황이 최악이라 해서 통일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기회를 여하히 수용, 감당해 나가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통일 수용 태도와 작업, 통일에 소요되는 비용, 그리고 통일 후에 소요되는 통합비용 등의 크나큰 과제가 놓여 있다. 지난해 8'15선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를 제안했다. 통일과 통합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세금으로 거두어 미리 준비하는 것이 통일 후 일거에 닥쳐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한 제안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제안에 야당인 민주당은 반대했다. 통일세는 북한의 반발을 폭증시켜 남북관계의 악화를 초래하므로 대안으로 대북협력기금을 조성해 충당하자는 것이다. 통일세 신설은 부담으로 여겨져 국민 설득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고 어디까지나 대북 교류를 활성화해 북한과의 경제 격차를 줄임으로써 비용 부담을 줄이자고 했다. 그 예로 시베리아 철도관통 사업 등으로 남한의 물류 활성화와 북한의 재정 적립 등으로 쌍방 간 이익이 된다고 했다.

이러한 민주당의 입장은 대국민 설득력이 없다. 대북협력기금은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돕는 것이지 통일비용과는 무관하고 앞으로 전개되는 통일과업을 통일 형태가 어떤 것이든 우리의 주도하에 이루어질 것임이 분명한 만큼 통일 자금조성은 그 시작이 늦었다고 하겠다.

통일 비용의 규모는 수백, 수천 조로 추산되고 있다. 이 막대한 자금이 '통일세'이든 '통일 기금'이든 우리 국민들이 부담해야만 한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을 해야 하고 결혼 비용도 미리 준비를 하곤 한다. 거대한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데 있어 미리 저축을 해서 소요 자금의 충격을 줄이자는 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정부는 통일세든 통일기금이든 그 이름이야 어떻든 간에 자금 조성의 필요성을 알려 국민의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 현재 남북 간 대치상태에서 쏟아붓고 있는 재정 지출과 불안 심리로 통일비용 조성액 이상 지출이 만만치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통일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최규열(통일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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