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몰래 산타' 강종환·박석준씨

입력 2010-12-18 08:30:00

"찾지 마세요, 기다리지 마세요…빨간모자는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

사랑의 몰래 산타 강종환 대장과 박석준 단장이 24일 대대적인 작전을 앞두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포즈를 취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사랑의 몰래 산타 강종환 대장과 박석준 단장이 24일 대대적인 작전을 앞두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포즈를 취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우리 마음 속에는 언제나 산타가 있지 않습니까?'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때 산타클로스의 존재만으로도 어려운 이웃의 차가운 마음을 녹여준다. 나이가 많든 적든, 재산이 많든 적든, 건강하든지 아프든지가 중요하지 않다. 산타는 누구나 마음 속에 자리잡는 소중한 존재이다. 또한 세상에서 다른 것은 의심해도 산타만은 실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말 어려운 이웃을 돕고 봉사하는 일에 앞장서는 3인이 산타를 찾았다. 루돌프 사슴코도 없고, 굴뚝을 타고 들어가 양말에 선물을 넣어주는 산타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있어 이웃들은 산타의 존재를 더 확신하고 믿게 된다.

◆사랑의 '몰래 산타, 강종환·박석준

3년째 산타 복장을 하고, 대구 동구와 경산 일대에서 어려운 아동들에게 선물을 주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젊은 산타가 있다. 바로 함께 하는 대구청년회가 주최하는 '2010 사랑의 몰래 산타 대작전'의 강종환(33) 산타대장과 박석준(31) 기획단장이다. 이들은 매년 500명이 참가하는 젊은 산타들의 대장이자 중요 참모인 셈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대구와 경산 일대의 어려운 아동들에게 산타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고 훈훈한 연말 정을 함께 나누는 이들은 기자에게 가슴 따뜻한 이야기부터 풀었다.

#1. 강 산타대장 : "2년 전 동구 신천동에 한 할아버지와 여섯 살 손녀 딸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갔습니다. 선물과 마술공연 등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려는데, 여섯 살 그 아이가 산타들에게 줄 선물이라면서 색종이로 예쁘게 접은 개구리를 한 개씩 건네 주었습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 지 산타들이 오히려 감동했습니다."

#2. 박 기획단장 : "저도 2년 전입니다. 동구 효목동에 할머니 혼자서 손주 3명을 돌보고 있는 가정을 찾아갔습니다. 미리 그 가정을 방문해 사정을 알고 특별히 할머니 선물로 목도리도 사갔는데, 손주가 할머니 목에 그 목도리를 걸어주면서 '할머니! 내가 어린 산타야'라고 말하더군요. 그 아름다운 광경에 얼마나 가슴이 북받치던지… 좁은 방안이 온통 눈물바다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저 역시 평생 그렇게 운 적이 없었습니다." 두 산타는 이런 이유 때문에 연말이 되면 '몰래 산타'에 따뜻한 온정과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어려움도 없지 않다. 매년 500여 명이 자비 2만원씩을 내고 몰래 산타에 참가하고 있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사줄 선물이 넉넉하지 못해 항상 가슴이 저민다고 했다.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불우 아동들에게 찾아가는 사랑의 몰래 산타 행사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와줄 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 대장은 몰래 산타의 기본 자세와 마음 가짐에 대해 강조했다. "사실 몰래 산타가 되려면 특별한 교육과정도 이수해야 합니다. 4일부터 24일 전까지는 조별로 모임을 가지고 구청이나 복지단체 등으로부터 사전에 방문할 가정(4, 5가구)에 대해 알아야 하며, 조별로 아이들과 함께 할 간단한 마술, 인형극, 상장주기, 음악공연 등도 준비해야 합니다."

올해로 3년째인 사랑의 몰래 산타 대작전에는 재밌는 이들이 많다. 주로 지역의 대학생들이 자비를 들여가며 산타 복장을 하고 행사에 참가하는데, 여성 산타가 7대3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역시 산타도 여성 상위시대다. 이제는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라 산타 언니·이모·고모·아줌마·할머니로 불러야 할 것 같다.

또 '사랑의 몰래 산타'가 '몰래 사랑한 산타'로 외도해(?) 남녀 커플이 된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편 이들 몰래 산타의 3년 이웃 사랑은 봉사단체 '사나래'(천사의 날개라는 뜻의 순 우리말)도 만들어 보다 큰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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