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찍은 코스피 2000p, 이번엔 안착할까?

입력 2010-12-14 09:16:50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찍으며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14일 장중 2,000 고지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여전히 주가 가치가 낮게 평가돼 있고, 기업 이익 및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강세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긴축, 대북 리스크 등 악재도 잠재돼 있고, 업종 별 온도차가 극명해 2,000선 안착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2007년과는 여건이 달라

지수는 2007년 수준이지만 증시 여건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거품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상장기업들의 영업 이익 규모가 크게 늘어난데다 주가 가치가 여전히 낮게 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2007년 국내 증시의 주가이익비율(PER)은 12~13배에 달했지만 현재는 PER이 9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상장기업들의 이익도 당시에는 60조원 규모였지만 올해는 1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환율도 당시보다 높아 외국인들의 투자 여건도 좋은 편이다. 매매 차익을 달러로 바꿔 나가야 하는 외국인들로서는 환율이 떨어질수록 더 많은 환차익을 누릴 수 있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2007년 7~10월 원/달러 환율은 평균 924원이었지만 올해 10월 이후로 환율은 평균 1천120원대에 이른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환율에서 2007년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환차익을 크게 고려하는 외국인 매수 패턴을 감안할 때 국내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관건은 2005~2007년 강세장을 주도했던 펀드붐의 재현 여부다. 지수 2,000선에 안착하려면 국내 유동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16조원 가까운 자금이 여전히 시중에 떠돌고 있어 이러한 시중 유동성이 주식시장에 다시 들어오면 시장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2,000선 안착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지수 2,000선 돌파보다는 안착 여부에 더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단 전망은 낙관적이다. 국내 기업의 이익 수준에 걸맞게 국내 증시가 재평가 받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 성장이 예상되는데다 펀드와 랩 어카운트 등 간접 투자 상품으로의 자금유입이 활발한 점도 긍정적이다. 증시 여건도 좋은 편이다. 미국의 양적 완화가 지속되는 데다 추가 감세안까지 나오고 있고, 중국의 긴축도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것. 따라서 이번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비롯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설비가동률, 주택착공건수 등 미국의 굵직한 경제지표가 발표되지만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경수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희석시키는 실물경제지표가 나오더라도 중국에 대한 기대가 받쳐줄 것 "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2,000선 안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시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지수 2,000선 시대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외국인 투자자 의존도 심화 ▷유동성 위주의 장세 ▷일부 업종 편중 등을 꼽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올 들어 19조4천292억원을 순매수해 각각 5조3천458억원과 10조5천477억원을 순매도한 개인과 기관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순매수 행렬에는 '달러 약세'라는 환율 구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경기 회복으로 달러 값이 다시 강세를 보이면 지수를 지탱하는 외국인 매수세가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또 국내 물가 상승으로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높고, 특정 업종이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2,000선 안착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IT주가 강하다고 하지만 삼성전자 외에 LG전자나 하이닉스가 못 따라가고 있고, 중국 관련주도 긴축 우려 때문에 제대로 반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 중국시장이 강세로 반전한다면 코스피도 끌려올라가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2,000선 안착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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