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화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
협정에 공식 서명한 뒤 3년 5개월 동안이나 발효를 위한 국내절차를 밟지 못하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드디어 추가협상을 마무리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주 통상장관 회담을 통해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자동차, 의약품, 돼지고기 등의 분야에서 양국의 입장을 반영한 수정안에 합의함에 따라 곧 협정 발효를 위한 국내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 6월 공식 서명된 한미 FTA는 그동안 미국의 정권교체, 글로벌 경제위기, 미국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등 대내외적인 변수로 인해 협정발효가 지연됐다.
이에 따라 협정의 조기발효를 통해 대미수출을 확대하고 양국간 경제협력 관계 강화를 희망해 왔던 국내 산업계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이제라도 추가협상을 통해 협정이 발효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세계최대 시장과의 FTA 체결로 우리 수출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협상을 통해 자동차 분야 관세철폐 일정, 연비 규제 등에서 다소 수정이 됐지만 자동차는 우리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분야인 데다 돼지고기, 의약품, 미국 근무 우리 근로자 비자연장 등에서 우리 입장이 반영됨으로써 전체적으로 이익의 균형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너무 양보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으나 핵심 대상 산업인 자동차 업계가 일제히 합의 결과에 대해 환영의 목소리를 냈고, 경제 4단체를 비롯해 42개 단체기관으로 구성된 FTA민간대책위원회도 추가 협상 타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볼 때 반대 측의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우리 자동차와 부품의 대미수출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미국으로 50만 대의 승용차를 수출하고 47만 대를 현지 생산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부품도 올해는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41억 달러를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구경북은 자동차부품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 FTA가 지역경제에 미칠 긍정적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완성차 대미수출이 확대되면 지역내 부품업체의 매출이 자동적으로 늘어날 뿐 아니라 완성차의 수리용 부품 수출도 동시에 늘어나게 된다. 더군다나 자동차 부품의 경우 협정이 발효되는 즉시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에 지역 부품업계는 즉각적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증가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현재 한미 양국간 자동차 교역상황을 볼 때 관세철폐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대형 고급차에서는 유럽차와 일본차, 소형차에서는 국산차에 밀리는 상황에서 관세철폐가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FTA를 통해 미국시장을 선점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한미 FTA 비준이 늦어질 경우 미국이 콜롬비아 및 파나마와 체결한 FTA를 먼저 발효시킬 가능성이 높고 일본은 미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FTA 비준 및 발효가 늦어질수록 우리의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 FTA는 우리의 고용, 수출, 생산 및 소득을 크게 확대하고 우리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 물가하락과 선택폭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한미 FTA는 이같은 경제적 혜택 외에도 한반도 긴장고조 상황에서 한미동맹관계를 한층 더 강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무역협정은 타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급적 빨리 발효되어야만 협정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 국내절차다. 지난 번에도 국회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무조건적인 반대로 인해 큰 소란을 빚은 적이 있다. 우리 산업계가 전체적으로 지지하고 찬성하는 한미 FTA를 일부 정치적 목적으로 반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렵게 타결한 한미 FTA가 조기에 발효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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