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는 가축 보면 내 가슴마저 무너져"

입력 2010-12-07 10:47:54

공무원들 매몰작업 악전고투

경상북도 공무원 330여 명이 7일 오전 도청에서 안동지역 구제역 감염 가축 매몰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살처분 현장으로 출발하는 버스에 오르고 있다.
경상북도 공무원 330여 명이 7일 오전 도청에서 안동지역 구제역 감염 가축 매몰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살처분 현장으로 출발하는 버스에 오르고 있다.

'E조 비상근무, 6일 오전 8시 30분까지 안동시민회관에 집결 바람'

6일 이른 아침 안동시청 공무원 A(남·46)씨의 휴대폰에는 구제역 비상 근무를 알리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와룡면 서현양돈단지에서 구제역 최초 발생때부터 지금까지 연일 전쟁터 같은 감염 가축 매몰작업에 투입됐다.

지난 주말과 휴일에도 구제역은 좀처럼 숙지지 않고 오히려 확산되면서 매몰 가축들이 늘어나 잠시도 쉴틈없이 전쟁터에 내몰려왔다. 간밤에도 구제역 전쟁터에서 사무실로 돌아와 밀린 행정업무를 대충 정리하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들어와 잠에 빠져들었다.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한 채 또 다시 전쟁터로 달려가야 한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하루동안 얼마나 많은 가축들을 내 손으로 살처분하고 매몰해야 하나?' A씨는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옷을 챙겨 입고 출근길을 서두른다.

하지만 A씨는 연일 고된 작업에 나서지만 구제역 조기 차단과 확산 방지, 지역 축산농가는 물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공직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다시 힘을 낸다.

구제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요즘 안동시청 공무원들은 한마디로 '슈퍼맨'들이다. 구제역 전쟁터 곳곳에서 참담한 광경을 직접 겪으면서 묵묵히 일하는 '영웅'들이다.

안동시청 공무원들은 구제역 발생일부터 지금까지 조를 편성해 읍면동 직원들은 각 지역의 통제와 동네방역을 맡아 구제역 확산 방지에 나서고 있으며 본청과 사업소 남자 직원들은 매일 250여 명씩 투입돼 감염 가축 매몰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직원조차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동통제초소 근무와 소독예찰, 사후관리 등에 참여하는 등 전 직원들이 비상근무에 들어간 지 벌써 일주일을 넘기고 있다.

공무원 B(남·37)씨는 "매몰 현장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다. 멀쩡한 가축들을 살처분하고 구덩이로 몰아 넣는 일이 행정업무만 해오던 공무원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며 "살기위해 구덩이에서 빠져 나오려는 가축들을 강제로 매몰해야 할 때는 어쩔수 없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고 했다.

이준엽 생태공원과장을 반장으로 한 매몰반 경우 첫 구제역 발생농장주 권모 씨의 일직면 국곡리 농장 돼지 1만6천 마리 매몰작업을 하면서 '할수있다'는 모범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매몰지로 확보한 땅에 구덩이를 파는 작업에서 바위덩이가 나온 것. 모두들 다른 곳에 매몰지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 과장은 구제역 차단을 위해서는 조기 매몰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중장비를 동원해 바위를 깨면서 구덩이를 만들어갔다. 한쪽에서는 중장비로 바위를 깨고 깬돌을 퍼내는 대공사(?)가 계속됐으며 또 다른 한쪽에서는 돼지 살처분과 매몰작업이 계속됐다. 매일 80여 명의 공무원들이 투입된 이 곳은 악전고투속 강행군을 통해 6일째인 지난 4일 작업을 마쳤다.

이준엽 과장은 "일직 현장에 투입됐던 공무원들이 일궈낸 일은 길이 10m, 너비 5m, 깊이 5m짜리 구덩이 7개라는 단순 수치에 앞서 책임감의 모범사례"라며 "연일 구제역 현장으로 투입되는 공무원들에게 시민들의 격려와 따스한 위로가 절실하다"고 했다.

공무원 C(남·31)씨는 "구제역 매몰작업 현장에는 넘어지고 부딪히면서 생긴 상처를 말못한 채 일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어떤 공무원은 포클레인에 부딪혀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도 아프다 말 못하고 일했다"며 "매몰작업을 마치고 시내 식당을 찾거나 택시를 타려고 하면 피하려고 하는 시민들의 반응을 느낄때 서글프다"고 했다.

김태웅 안동부시장은 "안동시청 공무원들은 그야말로 녹초 상태다. 시민들의 자발적 봉사와 축산농가들의 참여 등 구제역 전쟁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한 범시민적 단결과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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