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보수 꼴통' 발언으로 들끓고 있다. 그동안 대구경북은 지역색이 강한 도시, '무대뽀'정신, 고담도시, 보수와 수구의 아성 등 부정적인 이미지와 의리 및 명분을 중요시하는 도시, 교육과 의료 도시, 선비의 고장 등 긍정적인 이미지가 공존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보수 꼴통이라는 야당의원들의 지적에 교육도시, 선비의 고장이라는 자랑스런 이름 대신 '보수 꼴통'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게 됐고, 급기야 대구경북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과연 일부 인사들의 지적대로 대구경북은 보수 꼴통의 본거지일까. 아니면 의리와 명분의 도시, 교육과 의료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도시일까. 대구경북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을 통해 대구경북의 참모습을 찾아본다.
◆이효수 영남대총장, '왜곡된 보수의 참뜻'
과거 대구경북은 수구보수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대구경북은 경제, 사회적으로 나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내년에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맞이해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도시로 거듭나고 있어 보수 꼴통이라는 지적은 특정인의 판단적 오류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마디로 대구경북을 보수 꼴통으로 폄하하는 것은 실체가 없는 주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설령 보수적이라 하더라도 사회의 도덕적 발전을 촉진하는 기존의 제도를 보존하는 보수주의의 본뜻을 되새겨 본다면 이 같은 지적은 대구에 대한 지나치게 삐뚤어진 시각이다. 어떠한 개혁도 허용하지 않고 현 제도를 보존하려고만 하는 것은 보수가 아니라 '국수주의'다. 불확실한 것을 두려워하고 변화를 싫어한다고 해서 꼭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없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찬우 대구지법 서부지원장, 한가지 색깔로 규정 '위험한 발상'
보수나 진보 등의 색깔로 한 지역의 기질을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더구나 꼴통이라는 원색적인 단어를 사용하면서 대구경북을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구에서 나서 50년이 넘게 대구에서 생활하면서 대구가 수구적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실제 주위에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취적인 사고와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대구경북인들을 많이 봐왔다. 물론 지형적 특성과 유교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민들도 많다. 사회적, 문화적 유동성이 큰 현대사회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대구경북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스스로를 열고 남을 인정하고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아는 너그러움을 가져야 할 때다. 비록 대구경북이 타 지역에 비해 보수 성향이 짙다고 하더라도 열린 마음을 가지면 보수는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족쇄가 아니라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강삼재 대경대 총장, '수구 보수 매도 대상 아니다'
'타지 사람이 대구에서 생활하기 참 힘들다고 하던데….' 2년 전 지역의 대학총장으로 부임할 때 많이 들었던 지인들의 한결같은 걱정이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타지 사람이라고 하여 차별을 받아본 적이 없다. 오히려 더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대구의 문화와 전통을 향유하면서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대구경북에는 나름 독특한 문화가 있다. 애향심이나 전통에 대한 집착이 타 지역에 비해 강하다. 이는 오히려 대구경북의 장점이지 보수 꼴통으로 매도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반면 외부인과 친해지거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는 면은 아쉬움이 있다. 현대사회의 추세와 흐름 자체가 외부와의 교류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보다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 열린 보수는 '대구경북의 힘'
대구에서 생활한 지 7년째다. 대구경북 사람들이 보수적이고 변화에 둔감한 면은 있다. 아무래도 역사적으로 외부와 접촉이 적었고 산악지대가 많은 지형적인 원인과 유교문화의 전통 때문에 자의식이 강하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보수 성향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폐쇄성과 연결될 때가 문제다. 자기 생각과 방식을 고집하되 세상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질 경우 오히려 커다란 장점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 최근에는 교통의 발달로 타 지역과 왕래가 잦아지면서 다양화되고 열린 대구경북으로 거듭나고 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 '대구경북은 수구 꼴통'이란 말을 듣는 것이 달갑지는 않다. 그러나 발언의 진의는 전후 맥락을 따져서 정확히 이해해야지 거두절미하고 '수구 꼴통'이라는 단어에만 집착하여 흥분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많든 적든 지역 내외에서 우리 지역 이미지가 이렇게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체적으로 파악하고 성찰적으로 검토하는 일이다. 지역 출신 인사들이 국민적 지탄을 받을 때 대구경북에서 이를 감싸고도는 것은 일반 국민들의 사고와는 동떨어진 배타적, 이기적 지역정서로 보일 수 있다. 시대적 흐름을 폭넓게 읽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대구경북이 제대로 된 위상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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