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파트 '전세대란' 오나…5300가구 대이동

입력 2010-10-05 09:56:10

이사철에도 '빈 집'없어 서민들 발동동

가을이사철을 맞아 전세대란 조짐이 일고 있다.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한 8·29 대책 이후에도 매매거래는 크게 늘지 않는 반면, 전세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져 집 없는 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구 북구 칠곡3지구의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의뢰를 받은 집을 방문하려고 해도 세입자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찾아가도 헛걸음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공인중개사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세입자들이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해 전화를 받지 않거나, 집에 있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경우"라고 전했다.

달서구의 미분양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최모(42) 씨는 건설사로부터 다음달 계약만료가 되면 분양을 받든지 이사를 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3개월 전부터 전세 아파트를 구하고 있는데, 소식이 없다"며 "전세를 구하지 못할 경우 보관업체에 이삿짐을 맡기고 빌라나 원룸 월세라도 구해야 할 형편"이라고 답답해 했다. 대구에는 최 씨처럼 미분양 아파트 전세기간 만료로 인해 살던 집을 분양받거나 이사해야 하는 경우가 내년 상반기까지 5천300여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전세난이 심각해지면서 전세 만료가 돼도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하는 사례가 많아 전세 구하기가 더욱 힘들다는 것.

달서구 B공인중개업소 실장은 "세입자들이 집 주인과 협의해 전세금을 올려주고 눌러앉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세입자들은 재계약을 하면서도 집 주인에게 트집을 잡힐까 싶어 벽지가 낡았는데도 도배해 달라는 얘기도 못했다"고 말했다.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르면서 예년보다 전세 계약을 서두르는 수요자들도 많다. 특히 학군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 겨울방학을 앞둔 11월을 전후로 수요가 일지만, 올 들어서는 추석 이후 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수성구 범어동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예전에는 겨울방학을 1, 2개월 앞두고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올해는 전세 물량이 없기 때문에 일찌감치 전세 확보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파트 전세난이 빌라 등 다세대주택의 매매 및 전세 수요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로 소형 아파트 전세 수요자들로 시장에 전세물건이 자취를 감추자 이들 다세대주택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 달서구 용산동에 빌라 1채를 소유한 이모(50) 씨는 "중개업소에 빌라 매매를 의뢰했는데, 1년여 동안 한 번도 연락이 없었다. 추석 이후 3명이나 집을 보러 왔으며 이 중 한 명과 매매계약을 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9월 27일 기준)에 따르면 대구의 전셋값은 2주 전(9월 13일)보다 0.2%, 작년 말보다는 3.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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