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유층의 車보험료를 서민에게 떠넘겨서야

입력 2010-09-25 07:27:55

일부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를 두 달 연속 인상키로 한 원인이 수입차의 비싼 수리비로 인한 높은 손해율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인상 원인으로 내세우는 경영 악화의 원인이 수입차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서민들이 부유층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를 보면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2005년부터 2008년 사이 외국산 차량 등록 대수는 62.0% 증가한 반면 외산차에 지급된 수리비는 2005년 1천532억 원에서 2008년 3천98억 원으로 102.3%나 늘었다. 이에 따라 수입차의 손해율(수입보험료에서 교통사고 등으로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은 90.3%에 달했다. 푸조와 포드 등 일부 차종은 손해율이 무려 120%에 달한다. 이는 수입차 경우 보험금 100만 원을 받아 90만3천 원을 지급했으며 푸조나 포드 등의 차종은 수입보험료보다 많은 120만 원을 보상해줬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국산차의 손해율은 2007년 71.6%, 2008년 69.5% 등으로 60~70%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 물건당 금액(2008 회계연도 기준)은 수입차가 263만 5천원으로 국산차(80만 5천 원)의 3.27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수입차와 국산차의 손해율을 합한 전체 손해율이 80%를 넘는다며 부유층의 보험료를 서민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45%(2009년 말 기준)로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올 연말이면 3%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인데다 외국 자동차 업체들이 차량 가격 인하를 무기로 국내 판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수입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의 비율이 미미한 지금도 국산차 소유자에게 보험료 피해가 오고 있는데 수입차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난다면 서민들에게 전가되는 보험료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수입차의 손해율이 극적으로 감소할 것이란 보장도 없다.

이 같은 보험료 떠넘기기는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보험사도 수입차의 손해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차종별로 세분화해 보험료를 차등 인상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서민들이 입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 이러한 불합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수입차와 국산차를 구분해 보험료를 책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현 제도상 불가능하다. 자동차 보험 제도의 근본적 수술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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