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제 몸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
오늘도 물 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
물고기는 오늘도 물 속에서 평안하다
이윽고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사납게 퍼덕이며
곤곤한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식탁 위에 버려질 때
가시는 비로소 물고기의 온몸을 산산이 찢어 헤치고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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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무릅쓰고라도 살고 싶은 게 삶이다. 비록 육체는 고통에 시달리다 못해 몸을 벗어버리고 싶을 지경에 이를지언정, 마음은 더 웅숭깊어져 생에 대한 끈질긴 애착을 보이는 게 무릇 생명의 섭리이다. 미약한 우리들 육체적 현존은 고통과 결핍을 통해 오히려 그 삶에의 의지와 가치를 부여받곤 한다. 범상하기 그지없어 무료하기만 하던 일상도, 아파보면 비로소 그 소중함을 새삼 각별하게 인식하게 되는 법이다.
우리들 존재란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 살아가는 물고기에 다를 바 없다. 고통과 결핍은 이렇듯 가시처럼 우리들 현존을 단련(鍛鍊)시키는 각성제 같은 것일 터.
그 가시는 우리가 마침내 숨을 거둘 때에야, "불과 바람의 길을 거쳐" "온몸을 산산이 찢어 헤치고/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고통은 그제야 이토록 찬란하게, 산화(散華)할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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