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뒤집힌 점자…' 혼란 더하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입력 2010-09-09 10:43:01

대구시청·지하철 등

대구도시철도 1호선 송현역 내 대곡방면 승강장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노선도 왼쪽 상단부분이 훼손되어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도시철도 1호선 송현역 내 대곡방면 승강장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노선도 왼쪽 상단부분이 훼손되어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8일 오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성당못역. 시각장애 1급인 황인철(32) 씨는 개찰구를 통과하려다 한동안 머뭇거렸다.

황 씨는 "부산 지하철은 개찰구 손잡이에 점자가 있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 지 손쉽게 알 수 있는데 대구는 유도블록뿐이어서 어디로 가야할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왼쪽으로 걸음을 옮겨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잠시 섰다. 오른손으로 오른쪽 계단 손잡이에 있는 점자를 읽는 순간 황 씨는 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점자가 이상한데… "라며 이리저리 손가락으로 훑더니 "글자가 180도 뒤집어져 있다"고 짜증을 냈다.

대구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이 엉터리다. 도시철도 역과 관공서 등지 점자와 유도블록 상당수가 잘못 설치됐거나 관리가 미흡해 시각장애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7일 대구시각장애인연합회와 함께 대구시청과 북구청 등 관공서 2곳과 도시철도 1호선 2개 역(송현역, 성당못역)의 점자와 유도블록 등을 점검해봤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를 앞두고 한 이번 점검에서 시각장애인을 만족시킨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대구시청 본관의 경우 유도블록이 엘리베이터까지 이어져 있는 곳은 1층뿐이었다. 나머지 층의 유도블록은 두 엘리베이터 사이 벽 앞에서 중단돼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이 1층으로 가려면 벽 앞에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하는 꼴이다. 화장실 입구 점자표시도 1층과 10층뿐이었다. 특히 화장실로 가는 유도블록은 전무했다.

북구청 종합민원실의 경우 화장실 입구에 점자 표기가 있지만 점자의 크기와 간격 등이 일정하지 않아 읽기 어려웠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도 있었다. 도시철도 1호선 송현역 대곡방면 승강장의 점자노선도는 왼쪽 상단부분이 찢어져서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금속재질인 안심방면 점자노선도와 달리 이 노선도는 고무로 돼 있었다. 성당못역의 점자노선도에는 점이 하나 빠진 글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처음 점자노선도를 만들 때 금속 재질로 했으면 찢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리하고 바꾸는데 돈이 많이 들고, 그때문에 정작 필요한 장애인복지 예산이 잘못 쓰여지고 있는 셈"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대구시각장애인협회 이태용 이사는 "대구시청 건물도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제대로 된 것이 없는데 구·군청 건물은 훨씬 더 심각한 상태"라며 "16일 모니터요원 교육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편의시설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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