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3모녀 유랑예술단

입력 2010-09-03 10:23:38

"퓨전국악 보러 오실래요"

"국악과 현대음악이 접목한 퓨전국악의 새로운 장르를 펼쳐보이겠습니다. 우리 3모녀가 알콩달콩 뭉쳤습니다"

최근 대구 범물동에 유랑예술연구소 문을 연 국악계 팔방미인 임은숙(51) 씨. 피리를 전공한 그녀는 자신의 딸인 창작뮤지컬 배우 설화(27·본명 오서은)와 한국무용을 전공한 황서원(32) 씨와 함께 3모녀 퓨전국악 유랑예술단을 구성했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주제곡에 맞춰 태평소를 부는 카세트 음악이 감미롭게 들려오는 그녀의 사무실에는 3모녀가 매일 저녁 함께 모여 악기-노래-춤을 버무린 다양한 시도의 퓨전국악을 연습하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재즈에 맞춰 피리를 불고, 국악에 맞춰 팝을 부르고, 힙합에 맞춰 전통춤을 춰 보세요. 장르의 멋진 파괴 아닐까요"

임 씨는 다음달 초부터 공연할 퓨전국악 하우스콘서트를 준비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범물동에 있는 80~100석 규모 가락스튜디오에서 매달 둘째 금요일 공연을 할 계획이라는 것.

이화여대 국악과 출신인 임은숙 씨는 대구시립국악단에서 18년간 몸을 담아 왔다. 그녀는 피리를 전공했지만 스스로 삼색조(三色鳥)라 부른다. 노래하는 새, 춤을 추는 새, 악기를 타는 새라는 의미이다.

"대구시립국악단원 생활을 하면서 나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장르가 뭐냐고 자주 묻곤 했어요. 하지만 저는 특정한 장르가 없습니다. 노래와 춤, 악기를 함께하기 때문이죠."

임 씨는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국악과 현대음악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예술세계의 영혼을 향유할 수 있어 자신에게는 특정 장르가 무의미하다고 했다.

"전통공연이 퓨전화되면서 전통이라는 뿌리가 약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칫 흉내만 내다간 오히려 전통도 무너질 수 있어요. 퓨전국악을 하더라도 전통음악에 철저한 밑바탕을 두고 퓨전화해야 예술적 가치를 높일 수 있어요"

임 씨는 꿈많은 어린시절 무용을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발레도 배우고 고전무용도 했다. 하지만 키가 작아 피리를 전공하는 운명으로 갈렸다고 했다.

40여 년 예술인생을 살아온 어머니를 보면서 자연스레 국악의 길을 걸은 설화는 중앙대 국악관현악과에서 가야금을 전공했다. 창작뮤지컬 배우 데뷔 3년째인 설화는 대구 창작뮤지컬에서 샛별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우리 어머니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닌 대중예술과 타협하지 않고 순수예술의 길을 걸어오고 있어요. 본인만의 '색깔'을 가진 독보적인 존재라고 자부해요. 어머니의 프로 정신을 볼때마다 저도 배울 점이 많아요"

황서원 씨는 영남대 국악학과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남원시립국악단에서 4년간 단원생활을 하기도 했다.

"어머님은 사회에서 만난 딸과 어머니 관계예요. 어머님은 악가무(樂歌舞) 모든 부분에서 순수한 영혼을 가졌어요. 어머니와 함께 공연하며 배울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라고 자랑했다.

임 씨는 두 딸에 대한 자랑도 늘어놓았다. "제가 현대음악에 약한데 설화가 현대음악에 강하잖아요. 국악가요 작품을 준비할 때 곡목 선택에서부터 작품의 크라이막스 코디 등 도움을 많이 받아요. 또 서원은 한국무용에 대한 열정과 기질이 대단해요. 한 번 작품 연습에 들어가면 무서울 정도로 몰입해요"

임 씨는 올 12월까지 하우스콘서트를 가지면서 국악가요를 취입해서 내년 초 음반을 내보는게 꿈이다. 지금까지 40여 년 예술인생 동안 한 번도 음반을 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퓨전국악으로 알콩달콩 뭉친 3모녀. 새로운 장르를 추구하는 그들의 순수예술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이 아닐까.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사진=퓨전국악 유랑예술단을 구성한 임은숙(가운데) 씨가 딸 설화(오른쪽)·황서원 씨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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