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반도의 중·남부 여름 날씨가 극명하게 갈렸다. 중부지방에서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동안 대구경북을 비롯한 남부지방은 폭염을 보이는 기현상이 지난달 7일과 18일, 24일, 29일 잇따라 발생했다. 기상청은 "한쪽에선 폭우가, 다른 쪽에선 무더위가 나타나는 현상이 9월 상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1일 대구 수성구 주민들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동구(81㎜), 서구(85.5㎜), 달성군(105㎜)에 호우가 쏟아졌지만 수성구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
대구기상대는 "올여름은 유난히 구별 강우량이 엇갈렸다"며 "7월 3차례, 8월 2차례에 걸쳐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올여름 한쪽에선 폭우가, 다른 쪽에선 무더위가 이어지는 이상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상이변 현상이 한반도에서도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부터 서울·수도권은 유례없는 '비'에 시달렸다. 하루 100㎜를 넘나드는 호우가 쏟아지면서 '가을장마'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18~31일 대구 시민들은 그 어느 해보다 심한 '무더위'를 만났다. 비가 온 날은 단 4일뿐이었고, 강우량도 '소나기' 수준에 불과했다. 25일에 30.5㎜의 비가 내렸지만 29~31일 강우량은 각각 0.5㎜에 그친 것.
같은 대구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했다. 대구의 기상관측지점은 대구기상대가 위치한 동구 신암동과 서구 중리동, 수성구 만촌동, 달성군 현풍면 등 모두 4곳. 올 7, 8월 4곳에서 기록된 강우량을 보면 국지성 호우 현상이 그 어느 해보다 뚜렷하다.
올 7월 3일에 동구, 서구, 수성구에 각각 20.5㎜, 14㎜, 21㎜의 비가 내렸으나 달성군은 0㎜를 기록했다. 8월 들어서는 7일 동구와 서구에 각각 44.5㎜, 17.5㎜의 비가 뿌렸지만 수성구와 달성군에서는 아예 비를 볼 수 없었다. 네 곳 모두 비가 내린 15일 경우 동구 강우량(104.5㎜)이 달성군(44.5㎜)의 배를 훌쩍 넘겼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 발생한 이상 국지성 호우 원인에 대해 지구온난화를 꼽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1~7월의 지구 평균기온은 20세기 평균치(14.62도)보다 0.68도 높은 15.3도로, 과학적인 기온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래 1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덥고 습한 성질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세력이 커진 북태평양 고기압은 상층의 찬 공기와 만나 국지성 호우가 빈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경북대 천문대기학과 이규원 교수는 "국지성 호우 현상은 지구온난화 때문일 수도 있으나 아직 명확하게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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