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중산층과 아파트

입력 2010-08-27 10:51:33

요즘 광고 전단지를 보면 상당수가 아파트 분양 광고다. 신설 아파트 분양은 드물고 대부분 입주 후 미분양 물량이 많은 아파트들이다. 초기 분양 조건을 변경해서 분양한다고 한다. 계약금만으로 입주가 가능하다든지, 몇 년간 무이자로 분양금을 대출해 준다는 식이다. 아예 새 아파트를 전세로 계약하는 경우도 많다. 미분양 아파트를 어떻게든 처분해 보려는 주택업체의 고육지책이 엿보인다.

이렇게 되니 먼저 입주한 세대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앉아서 아파트값이 떨어지는 고통을 감내해야한다. 그렇다고 업체의 '선심 분양'에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 분양률이 떨어진 아파트 입구에 흔히 '사기 분양' 운운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은 기존 입주자들이 자기 재산을 지키겠다는 아우성이다.

사실 국내 중산층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데는 아파트 가격 폭락의 원인이 크다. 허리띠 졸라매고, 대출 끌어다 새 아파트에 입주하고 보니 프리미엄은 옛말이고 되레 집값이 떨어졌다. 재산 증식 계획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운이 없어 살던 집이 팔리지 않으면 '두 집 살림'을 할 수밖에 없고 대출 이자는 자꾸 올라가니 눈앞이 캄캄하다. 자칫 집 두 채를 몽땅 날릴 수도 있다는 극도의 불안감에 빠진다. 이것은 분명 국가의 정책 실패로 인한 재산 손실인 만큼 서민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상반기 경제성장률 7.6%를 기록, OECD 국가 중 가장 먼저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정부 발표가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게다가 중산층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꺾여 있는데 계층 간 '소통과 화합'을 이루겠다고 하니 그런 정치적 구호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이런 사회 구조로 어떻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겠는가.

최근 미국의 어느 부동산 회사가 "2005년 이후 집값 폭락으로 사라진 6조 달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20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공식은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중산층은 앞으로 더욱 위축될 것이다.

아파트가 '투기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서민들의 '애물단지'가 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 정부는 집값 폭락이 중산층 붕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고 제대로 된 친(親)서민 정책을 펴야 한다. 그래야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