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제회생 위해 신성장동력 구축해야" 송재용 산업은행 성장기업금융본부 담당 부행장

입력 2010-08-27 08:59:07

송재용(54) 산업은행 성장기업금융본부 담당 부행장은 산은 사상 경북대 출신 첫 고위임원이다.

그래선가 지난 1월 홍보실장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한 그는 대구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특히 유성걸 기획재정부 차관,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차관과 각각 경북고-경북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북대 경제학과 전성시대'를 먼저 연 셈이다. 김 차관이 1년 선배, 유 차관이 1년 후배다.

송 부행장은 그러나 "대구에 갈 때마다 서글프고 대구만 쳐다보면 속상하다"며 바닥권으로 추락한 지역경제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자신의 구상을 하나씩 펼쳐냈다. 그는 "10년전만 해도 지금처럼 격차가 크지는 않았고 그런대로 괜찮았다"며 신성장동력을 제대로 갖지 못한 지역경제를 위한 구체적인 조언을 털어놓았다.

그가 제시하는 지역경제 회생 프로젝트는 두가지. 대기업을 대구에 유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재의 대구는 개별기업을 지원하는 기존 방식보다는 신성장동력을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그 첫번째 구상이다. 그는 대전의 '대덕테크노밸리'를 신성장동력을 구축한 성공적인 모델로 제시하면서 "대전시와 한국화약그룹 및 산업은행 등 3자가 공동으로 대덕테크노밸리를 성공시켰다"며 대구도 이 같은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날마다 산은 대구지점에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만들어내라고 재촉하고 있다. 자신이 5년여 동안 근무하던 10년 전만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 산은의 대구경북 지역 4개 지점 실적은 전국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성장산업본부장인 그가 대구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의 하나다. 그때만 해도 경북대와 영남대가 대구·경북 테크노파크와 성공적인 산학협동체제를 구축,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다른 지역은 이후 '월드스타기업'을 쑥쑥 배출해내고 있는데 대구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산은이 선정한 43개 월드스타기업에 대구에서는 ㈜에스앤에스텍과 ㈜케이피씨 등 2개밖에 선정되지 못했다. 그가 성서지점에 근무할 때 투자상담을 받아 투자한 대백물산은 산은의 지원을 받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IMF직후 때까지 군납 빵과 소시지를 만들던 대백물산은 그의 결정에 따른 산은의 투자를 받아 반도체와 LCD용 연마제를 생산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 대박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대구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산업쪽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산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효과도 제조업보다 더 크다. 송 부행장은 서비스분야에서도 대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연계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알고보니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진 'kdb홍보맨'이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하고 산은금융그룹을 출범시키면서 8년만에 TV 광고를 제작한 지난 2009년, 그는 '은행을 넘어 kdb 산업은행'편 TV광고에 직접 출연, 산은의 변화를 전세계에 홍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마땅한 사내모델을 찾지못한 광고감독이 당시 홍보실장으로 광고제작의 책임을 맡고 있던 그를 보고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미지와 경력이 산은변화라는 콘셉트에 맞다며 캐스팅하는 바람에 출연하게 됐다. 그는 "당시 kdb가 신이 내린 직장 등으로 잘못 알려진 시각이 많았는데 산은이 우리 산은의 역할 등을 홍보한 광고를 통해 산은을 보는 여론도 많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후에도 광고를 통해 산은 변화를 온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

그는 1시간이 넘는 인터뷰 말미에 다시 대구경제를 화두에 올렸다. "대구는 작은 기업을 키울 수 있는 인재와 인프라 등 토양은 갖춰져 있다"며 "산은의 역할은 그런 토양속에서 신성장기업을 발굴, 키워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선다면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발달돼 있는 고속도로망 등 교통망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면서 내륙도시의 한계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신공항이 건설돼야 대구경제가 성장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영화의 길로 들어선 산은의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적이었다. "민영화와 관계없이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면서 성장동력을 키우는 산은의 고유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긴 그가 성장기업금융본부장에 발탁된 것은 그가 31년의 산은 근무기간 중 3분의 1에 가까운 9년을 산업현장에서 운동화를 신고 발로 뛰면서 신성장산업을 발굴하는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는 산은 입행후 조사부와 심사부, 검사부 등을 거친후 산은의 전반적인 업무를 조망하는 시각을 길렀고 대구지점 기업금융팀장과 마포지점장 업무지원부장, 홍보실장 등을 거쳤다.

산은에 들어가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그는 군대에 가도 월급이 나왔기 때문이었다고 농담삼아 털어놓았다. 다른 직장은 그렇지 않은데 그에게 산은은 당시 '신의 직장'처럼 여겨졌던 셈이다. 그는 참 솔직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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