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실버 바리스타… 문양역에 카페 열어

입력 2010-08-20 09:54:53

평균연령 63세 11명 모여…"10년만에 립스틱 꺼냈더니 마음까지 젊어

60대 실버 11명이 달성군 다사읍 문양역사(도시철도 2호선) 3층에 시니어 카페 'NOW'를 열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60대 실버 11명이 달성군 다사읍 문양역사(도시철도 2호선) 3층에 시니어 카페 'NOW'를 열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9일 오후 대구 달성군 다사읍 문양역사(도시철도 2호선) 3층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커피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103㎡(30여 평) 남짓한 공간의 카페에는 10여 명의 종업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서 오세요. 주문은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흰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은 종업원이 갈색 톤의 나무로 꾸며진 바(bar)로 안내했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라떼, 캐러멜 마끼아또…, 30가지 커피 중 어느 것이든 주문이 가능합니다."

여느 커피전문점과 다름없어 보였지만 가격과 종업원들만은 남달랐다. 이 카페 종업원들은 모두 머리가 희끗희끗했고, 커피 가격은 시중가의 절반 수준인 2천∼2천500원에 불과했다.

평균 연령 63세인 실버세대 11명이 도시철도 2호선 종점인 문양역에 커피전문점 'NOW'를 열었다. 커피전문점 이름도 '인생은 지금부터'란 의미로 달았다. NOW는 대구북구시니어클럽이 낸 노인일자리 창출 아이템의 하나로 2010년 보건복지부 창업모델형 기획공모 분야에 선정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북구시니어클럽 지영배 팀장은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NOW의 기본 목표지만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분야에서 어르신들이 성공하는 모델을 만듦으로써 자신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11명(남자 3명, 여자 8명)으로 이뤄진 실버 바리스타들은 모두가 주인이면서 종업원이다. 홀 서빙, 커피 제조, 계산대 등 역할만 나눴다. 수익은 월세 30만원을 제하고 똑같이 월급제로 나눠 갖는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인 영업시간 동안 3개조가 하루 4시간씩 교대로 12일간 일한다. 매출에 따라 20만원+α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시니어 종업원들은 전문적인 바리스타 교육은 물론 현장경험을 통해 카페 개업에 대비해왔다.

3개월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한 이광수(62) 씨는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지만 커피 맛을 더 좋게 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관련 책을 뒤적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배가 비슷한 이들이 모였기 때문에 웃지 못할 사연도 많다. 영어로 된 커피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기 위해 버터를 달고 살았다는 할머니에서부터 수년 전 서랍장에 넣어두었던 립스틱을 꺼내 바르니까 '할망구가 늦바람났다'며 남편에게 핀잔을 들었다는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NOW'에는 항상 정다운 뉴스(News)가 피어나고 있다.

10년 만에 빨간 립스틱을 다시 바르고 있다는 신정균(63) 할머니는 "가사일만 하며 평생을 보낼 줄 알았는데 늘그막에 이런 기회를 얻어 너무 기쁘다. 커피 기계 앞에 서면 꼭 드라마에서 나오는 품위 있는 카페 사장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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