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숙소 등 인터넷 정보, 영어로 검색하면 '먹통'
" '자갈마당'이 대구의 대표적인 볼거리라니…." 기가 찰 노릇이지만 세계적인 여행 안내서에 버젓이 소개돼 있는 내용이다. 지역에서 제대로 볼거리·즐길거리를 개발하지 못한 탓에 나타난 단적인 사례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각 지자체마다 관광 산업 진흥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대구는 노력부족으로 성과가 미비하다. 관광 인프라를 체계화하지 못한 데다 홍보마저 부족,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관광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이달주에 열리는 세계소방관 대회, 내년의 대구방문의 해·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국제 이벤트를 통해 대구의 이미지를 높이고, 경제적 실익을 챙길 기회를 놓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구관광의 현주소를 짚어 본다.
上-관광 정보가 없다
◆외국인 외면한 대구 인터넷정보
아일랜드 출신 케이티 플래너리(19·여) 씨는 지난 5월 부모가 대구를 방문하자 딸 노릇을 제대로 해보려고 대구 여행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다가 포기했다. 그는 "여행 정보는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게 대세인데 체계화된 정보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고 혼자 여행하는 외국인에게 도움되는 정보도 없었다"며 "대구를 좋아하는 외국인으로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대구를 찾는 외국인들은 영어로 된 인터넷 여행 정보가 부족하고 지역 관광 안내소에서도 만족할 만한 정보를 얻기 힘들어 여행하기가 너무 불편하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여행사나 지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대구 여행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
세계적인 숙소 검색 사이트 호스텔월드(http://www.hostelworld.com/)의 도시 검색란에 대구는 아예 등록조차 돼 있지 않아 외국인들이 혼자 힘으로 지역 숙소를 찾을 방법이 없다. 반면 서울은 38개, 부산은 12개 숙소가 등록돼 있다. 한국관광공사 영문 홈페이지에 등록된 대구 숙소도 사정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호텔 11곳과 모텔 4곳의 전화번호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을 거쳐 대구에 온 독일인 산드로 스와더러(28)씨는 대구에서 숙소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세계 각국을 여행할 때마다 호스텔월드에서 숙소 예약을 했는데 대구에 있는 숙소는 단 하나도 없었다"며 "대구에 친구가 없었다면 나는 대구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검색 엔진인 구글, 야후, MSN 등에서 대구 여행 정보를 검색하려면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세계적인 여행 안내서 '론리플래닛'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lonelyplanet.com/)에 소개된 대구의 볼거리는 국립대구박물관, 불로동 고분군, 우방타워랜드, '자갈마당' 4곳 뿐이다.
중·저가 숙소를 안내하는 대구시의 '그린스텔' 홈페이지(http://www.greenstel.or.kr/)는 음식 골목별로 26개 음식점을 알려준다. 하지만 사용언어를 영어로 바꿔 검색하면 전화번호를 알 수 있는 음식점이 3개로 줄어든다.
◆제 역할 못하는 관광안내센터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과 대구국제공항에서도 숙박정보와 주요 음식점 정보를 얻기가 힘들다.
3번 출구 앞 '동대구역 여행센터'에는 DMZ 투어, 남도 여행 등 한글로 된 관광 정보는 수두룩했지만 영어로 된 책자는 보이지 않았다.
5번 출구 앞 '대구경북관광안내센터'에는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로 대구 투어를 소개하는 책자가 갖춰져 있었지만 대구 맛집을 소개하는 팸플릿의 경우 한글 자료만 있었을 뿐 영문 책자는 없었다.
이곳 관계자는 "음식점 개·폐업 속도가 빨라 분기별로 업데이트를 하는데 이번에는 영문 팸플릿을 만들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대구공항 내 관광정보센터도 사정은 비슷했다. 센터는 14m²규모에 직원 3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저렴한 숙소를 원하거나 대구 향토음식을 맛보고 싶은 외국인들이 영어로 된 숙소와 맛집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곳 한 직원은 "호텔 정보는 팸플릿에 다 나와 있지만 모텔의 경우 우리도 포털 사이트에서 일일이 검색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 관광경영학과 현용호 교수는 "관광 관련 홈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방문자들이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게 재정비해야 한다"며 "구글처럼 전 세계인들이 접근하는 영문 검색 사이트에 돈을 투자해 홍보할 경우 대구시로선 손해보는 장사가 아닐 텐데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외국인 대상 대구 지역 정보 잡지 '대구포켓' 발행인 크레이그 화이트 씨는 "읽은 재미를 느끼게 하는 호주 관광청 홈페이지와는 달리 대구시 관광 관련 홈페이지의 영어 문장은 지루하기만 하다"며 "해외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 홍보하겠다는 의지도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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