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한왕용씨 대구 특강

입력 2010-07-09 11:12:29

"2003년부터 에베레스트, 가셔브롬, K2 등 히말라야 산맥에 버려진 김치, 참치캔, 산소통, 방한복 등을 수거하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세계에서 11번째로 완등하고, 우리나라에선 엄홍길·박영석에 이어 세번째로 14좌 완등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한왕용(44·신발끈여행사 이사) 씨가 8일 대구등산학교(교장 장병호)를 찾아 특강을 했다. 한 씨는 히말라야 산맥 국내 원정대들이 등반 도중에 더 이상 쓰레기들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원정대들은 정상 정복을 앞두고 베이스 캠프를 철수하면서 무책임하게 쓰레기들을 버리고 가 세계 산악인들로부터도 좋지 않은 얘기를 듣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씨는 이런 현실에서 벌써 10차례 이상 이 쓰레기들을 수거하기 위한 등반을 했다. 많게는 2~3t, 적게는 200~300㎏의 쓰레기를 담아왔다. 등반도 쉽지 않은데 쓰레기 포대를 들고 다녀야 하니 갑절로 힘이 든다. 하지만 한 씨는 이 쓰레기 수거 등반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이제 남극과 히말라야 산맥도 전 세계인들의 관광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미래 세대들이 누려야 할 지구상의 가장 멋진 관광지인 셈이죠. 이 자연을 무책임하게 훼손한다는 건 미래 세대들에게 죄를 짓는 것입니다. 그 죄를 씻는 일을 저를 비롯한 대한민국 쓰레기 수거 등반대원들이 하고 있습니다."

또 한 씨는 '엄홍길·박영석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억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것보다 진정한 산악인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산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등반을 즐기는 게 가장 큰 목적입니다. 유명세가 본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이 정도에도 만족합니다. 제가 할 일은 따로 있잖아요"라고 답했다.

한편 그는 25년 전 막걸리 먹는 재미에 우석대 산악부에 첫 발을 디딘 이후 1992년 칸텡그리 등정 이후 히말라야로 눈을 돌리고 됐다. 1994년 초오유 등정을 시작으로 1995년 에베레스트에 이어 7년 전 가셔브롬과 브로드피크를 잇따라 등정하면서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