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9)생태사진작가 한태덕씨

입력 2010-07-09 07:00:44

'하늘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세상에 정착하다'

"항공 촬영하다가 우연하게 보게 된 무을 안곡저수지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신문사 사진기자로 있었던 1996년, 헬기를 타고 홍수가 난 상주지역을 항공촬영하던 한태덕씨(56세)는 우연히 내려다보게 된 안곡저수지에 말 그대로 첫 눈에 반했다.

그리고 4년 후 그는 하늘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세상 무을에 정착했고 그곳은 생태사진의 꿈을 이루어가는 터전이 됐다. 40년 동안 걸어왔던 사진인생의 행복한 종착지가 된 것이다.

구미에서 재야 생태사진작가로 통하는 그는 안곡저수지를 바라보고 있는 무을초등학교 안곡분교에 산다. 폐교된 학교를 사진작업실 겸 전시장으로 만들고 '열린공간 숨'의 간판을 달았다.

평생의 꿈인 '사진학교와 사진마을'을 건립하는데 온 정성을 쏟아 붓고 있는 그는 무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무을발전협의회 부회장이라는 마을 직함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1983년부터 문공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다가 1988년부터 신문사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그에게 무을은 지극히 생경스러운 곳이었으리라.

하지만 첫 눈에 반한 자신의 감정을 믿었고 안곡저수지 주변 자료를 수집하던 중 무을초교 안곡분교가 1998년 폐교될 거란 걸 알았다. 폐교와 동시에 임대계약을 맺은 것은 물론이다.

신문사에 사표를 낸 뒤 2000년부터는 학교에 둥지를 틀고 철따라 다양한 꽃들과 풀들이 옷을 갈아입는 안곡저수지 주변의 자연들을 정신없이 찍었다.

마을사람들과 힘을 합쳐 저수지 주변에 솟대와 바람개비, 돌탑 등을 조성하며 생태탐방로 코스도 만들었다. 2008년에는 무을면민상이 제정된 이후 처음으로 무을 출신이 아니면서 무을면민상도 받았다.

무을은 생태사진작가로 제2 인생의 문을 연 곳이 됐으며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된 그곳을 생태환경마을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무을면, 안곡주민들과 의기투합해 안곡저수지 주변을 생태적으로 가꿔나갔다. 그 작은 결과 중 하나가 지난해 농진청에서 선정한 '가고 싶고 살고 싶은 마을 100선'에 오르는 거였다.

그는 이제 외지인이 아닌 천상 무을사람이 됐다. 무을면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을주민들과 함께 '무을면 명품만들기'에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천직이 됐다.

무을의 농촌종합개발과 슬로시티지정, 영남옛길 복원 및 영남대로 마패길 조성, 두레문화 및 마당문화 부활, 무을면 젊은 영농인 사진전문가 만들기 및 농업소득 향상을 위한 사진활용사업 등등은 그가 마을주민들과 명품마을 만들기를 위해 하나씩 준비하고 있는 디딤돌이다.

지역 농민들을 대상으로 3년째 사진 강의도 하고 있는 그는 지난 10년 동안 카메라에 담은 구미 구석구석의 사계절과 밤과 낮의 변화상을 담은 사진 20만여 점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 기록들이 구미와 무을의 지킴이가 된 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먼저 눈을 뜨고 누구보다 먼저 마을의 자연들에게 안부를 묻는 무을의 생태지킴이. 그의 검게 탄 얼굴이 무을사람들의 그것처럼 참 건강해 보인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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