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why?] 키스 반 동겐의 줄 타는 댄서

입력 2010-07-01 14:55:23

격렬한 정신의 표현과 강렬한 색채로 모델 내면의 자아 표출

네덜란드 태생으로 파리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1927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화가 케스 반 동겐(1877~1968)의 본명은 'Cornelis Theodorus Maria van Dongen'(코르네리스 테오도루스 마리아 반 동겐)이다. 어릴 적부터 뛰어난 미술 감각은 있었지만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뒤늦은 화가수업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환경이 반 동겐을 절대적 야수파 화가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된 셈이다.

1892년 로테르담의 로얄 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해 새로운 표현양식을 익히기 시작하지만 보헤미안과 같은 예술적 사고로 인해 수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선배 화가였던 마티누스 실트의 작업실 2층에서 독창적 작품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3년 동안 이곳에 지내면서 그는 창녀와 선원들을 주 테마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모티브는 뒷날 그의 작품 경향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1897년 파리를 처음으로 방문한 후 1900년 파리에 완전히 정착했다. 그곳에서 화가 텐케이트, 류스 등과 가깝게 지내며 그들의 소개로 당대의 저명한 미술평론가인 페릭스 페네용을 알게 된다. 페네용은 반 동겐의 첫 번째 전시였던 앙부르와즈 볼라르 화랑 전시 서문을 써주기도 했다. 하지만 반 동겐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파리생활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신문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1905년에는 파리의 유명한 '살롱 도톤'(Salon d'Automne)에 앙리 마티스, 앙드레 드랭 등과 함께 참여하였으며 이듬해에는 아내 오귀스타 프라이팅거와 한 살짜리 딸 돌리와 함께 피카소의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이 시기에 그는 야수파로서의 작품세계를 확고히 하는데 특히 색채에 대한 연구와 인체, 여인의 누드를 대표적인 모티브로 사용하면서 독특한 표현방식을 만들어갔다. 야수파 작가들이 자연을 대상으로 한 풍경화를 주로 다룬 반면 그는 파리의 세속적인 생활과 여인의 누드, 인물에 집착하여 독창적 차별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작품 〈줄 타는 댄서〉는 전통적인 사실주의의 색채 체계와 양감을 파괴하며, 격렬한 정신의 표현과 강렬한 색채의 표출을 통해 모델의 내면에 내재돼 있는 자아를 그려내고 있는 그림이다. 마티스의 영향을 받아 거친 터치와 인물의 테두리를 칠하는 기법은 그를 야수파의 거장으로 꼽는데 손색이 없게 만든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