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약자 보호 당연-예술단 현실 미고려"

입력 2010-06-29 07:41:18

노동위 "대구시향 오디션 탈락 단원 해고는 부당" 논란

올 3월 대구시립교향악단 정기 오디션에서 해촉(탈락)된 단원들이 신청한 행정심판에 대해 관할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결정, 예술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노동약자보호에 부합한다는 의견과 공립예술단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기간제 근로 예술인, 전국 첫 인정사례

경북노동위원회는 "신청인들이 그동안 2년 단위로 계약을 반복해왔고, 신청 당시 근로관계가 종료되지 않아 무기(無期)계약 근로자로 전환된 상태"라며 "따라서 단순히 내부 실기 평정에 의한 해촉은 위법"이라고 23일 밝혔다. 현행 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 근로자법)이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 지자체 산하 공립예술인에 대해 기간제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한 것은 2007년 7월 기간제근로자법 발효 후 전국 첫 사례다.

이에 대해 대구문화예술회관 측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청구와 법리 검토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노동위의 결정문을 받는 대로 법률적 자문을 받고, 타 지역 시립예술단 현황도 조사해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이번 노동위 결정으로 현행 대구시립예술단 운영 조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단원은 2년마다 평정을 받아야 하며, 점수(70점) 미달 시 3개월 후 재평정을 거쳐 최종 해촉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또 올 하반기 줄줄이 있을 시향·합창단 등 시립예술단 오디션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

◆오디션은 하되 해고는 안 된다?

노동위의 결정은 '오디션은 하되 해고는 불법'으로 해석된다. 노동약자보호라는 기간제 근로자법 취지 때문이다. 실제 시립예술단원들의 보수나 처우가 열악한데 비해 한두 번의 평정으로 단원을 해고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의견이 그동안 자주 제기돼왔다. 한 시향 단원은 "이번 노동위 결정이 정작 평정의 불공정은 도외시한 것 같아 아쉽다"며 "대구시가 법률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단원을 해촉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디션을 통해 연주자의 자리(등급)를 바꾸는 정도의 불이익으로도 충분히 단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면서 "해고가 아니라 정년퇴직을 통한 자연적인 단원교체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역의 한 시립예술단 관계자는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평정에 탈락한 단원은 공무원 징계위원회를 거쳐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이번 결정은 오디션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 시립예술단 감독은 "감독은 2년마다 재위촉되는데, 단원은 실력이 떨어져도 바뀌지 않는다면 예술단의 발전이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타 지역 시립예술단은?

전국 시립예술단들도 이번 결정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바뀐 법에 한 발 빨리 대처한 단체도 있다. 광주시립교향악단은 이미 올 초 단원들을 1년 무기계약 근로자로 변경하고, 평정 미달자에 대해선 시 징계위원회를 열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이곳 관계자는 "현행 법대로라면 앞으로 국내 오케스트라도 연봉제로 가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부천시립교향악단 관계자는 "2005년부터 연속 3회 평정에서 점수가 미달한 단원은 바로 해촉하지 않고 시 징계위원회에 회부토록 했지만, 아직 그런 사례는 없다"고 했다. 2008년부터 비상임 단원제(10명)를 운영 중인 부산시립교향악단 관계자는 "기간제 근로자법 때문에 비상임단원을 최대 2년밖에 활용할 수 없게 됐다"며 "이번 결정이 예술인들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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