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콜래보레이션' 마케팅
언젠가부터 고명한 디자이너들의 이름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품명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프라다폰'. 이 휴대전화는 거장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세련된 디자인에 처음 선보인 터치폰 기술을 접목시키면서 일약 스타상품으로 떠올랐다.
서로 다른 분야의 브랜드와 디자이너, 스타 간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에겐 제품의 차별화 및 고급화를 꾀할 수 있어 좋고, 작가들 역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일상으로 뛰어든 디자이너·스타
요즘 유통업계는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고 있다. 콜래보레이션은 원래 '협업'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데, 유통업계에서는 서로 다른 두 브랜드가 각각의 브랜드가 갖고 있는 경쟁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효과를 내는 마케팅 전략을 '콜래보레이션'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서로 이름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제품개발·생산·마케팅·판매에 이르는 전 단계에 걸친 종합적인 협력을 통해 한 브랜드가 갖는 경쟁력 이상의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내는 것.
콜래보레이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브랜드와 아티스트의 협업과, 브랜드와 스타의 협업이다.
백색가전 매장에 '블랙'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삼성전자의 마시모주끼 냉장고는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최근 가장 대박을 터뜨린 상품으로 손꼽힌다. 이탈리아 출신의 아티스트 마시모주끼의 감성과 삼성전자 지펠 기술의 결합으로 '물과 얼음'이라는 테마를 보석을 통해 구현해 낸 것. 주방을 한층 고품격화시켰다는 평이다.
LG생활건강의 한방 화장품 브랜드 '후'는 프리미엄 라인인 '후 천기단 5종'을 출시하면서 한국 패션계의 거장 강희숙 디자이너와 손잡았다. 제품의 용기와 패키지 디자인, 또 모델 이영애의 후 천기단 CF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일명 '강희숙 마니아'를 형성할 정도. 이 제품은 VIP층을 공략해 화장품 시장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슈즈 브랜드 컨버스는 팝아트 거장 리히텐슈타인과 앤디워홀 작품을 모티브로 한 라인과 대중에게 사랑받는 뮤지션 블론디를 모티브로 한 라인을 선보였다. 팝아트와 뮤지션이라는 대중적이고 친숙한 장르의 예술이 컨버스만의 독특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잘 부각시키면서 매출을 크게 증가시킨 좋은 사례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콜래보레이션 제품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5~33% 증가했다"며 "아티스트의 생각과 철학을 세세한 부분까지 반영한 고급스런 상품들이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를 활용한 제품 마케팅도 증가하고 있다. 팝계 정상의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루이뷔통, 나이키와 함께 선보인 스니커즈 컬렉션은 출시되자마자 매진되는 진기록을 보였다. 칸예 웨스트는 500족이 넘는 신발을 소장하고 있는 스니커즈 마니아로 개발과정에서부터 참여해 직접 슈즈를 디자인했다. 또 국내에서는 휠라에서 선보인 빅뱅 슈즈와 헤지스가 내놓은 황정음백, 제이에스티나의 김연아 주얼리 등이 큰 인기를 얻었다.
◆일석이조의 효과
업체들이 앞다퉈 콜래보레이션에 뛰어드는 것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똑똑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감도훈 영업총괄팀장은 "최근 소비자들은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히 지갑을 여는 '작은 사치' 경향이 강하고, 대량생산된 제품보다는 나만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특색있는 제품을 찾는다"고 밝혔다.
또 콜래보레이션은 유명 아티스트·스타와의 만남이라는 자체만으로 화제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유명인과 공동작업을 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제품명을 각인시키는 한편 고급스러운 이미지까지 함께 만들어내는 이중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스웨덴의 대표 글로벌 브랜드이자 패스트패션의 대표주자인 H&M. 이들은 꼼 데 가르송, 빅터 앤 롤프, 스텔라 맥카트니, 칼 라거펠트, 마돈나와 손을 잡고 제품을 선보인데 이어 이번 시즌에는 고급 구두 디자이너의 대명사로 꼽히는 지미추와 함께 콜래보레이션 제품을 내놨다. 미국의 대중 브랜드인 갭과 일본의 대표 글로벌 브랜드인 유니클로도 각각 알렉산더 왕, 질 샌더와 공동 작업한 패션 아이템들을 선보여 대박을 터뜨렸다.
그렇다고 고급스런 명품들도 콜래보레이션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고급차로 손꼽히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는 지난해 프라다와 손을 잡고 '제네시스 프라다'를 선보였다. 외장 광택을 크게 줄이고 시트에 프라다 특유의 가죽을 입히는 등 품격을 강조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일본 디자이너인 요지 야마모토와 손잡고 편안한 슈즈 라인을 내놨다.
대구백화점 마케팅총괄실 구승본 실장은 "최근 늘고 있는 콜래보레이션은 제품의 이미지를 높이고, 판매를 촉진하며,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윈윈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대백의 경우에도 CJ오쇼핑과 손잡고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는 등 다방면에서 공동마케팅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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