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물가' 마저 3% 상승…공공요금도 잇단 인상 예고

입력 2010-06-18 09:21:39

밥상비용 5년전보다 40%↑…정부 통제 생필품값 급상승

올 하반기 정부의 최대 과제는 경기 회복 흐름을 유지하면서 물가상승 폭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제 원자재 시장이 들썩이며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이 커지고 있는데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경고 메시지도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생활물가 상승, 서민가계 옥좨

밥상 물가가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다. 대구의 한 백화점 식품관을 통해 조사한 결과 지난 4년 동안 양파가 212.5% 올라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봄철 계속됐던 폭설과 이상저온현상으로 인해 신선식품의 가격이 급등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양배추는 119% 올랐고, 양파(92%), 토마토(39%), 감자(35%), 수박(30%), 참외(28%) 등도 많이 올랐다.

물가 상승 때문에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물가협회 조사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저녁 밥상 비용이 5년 전에 비해 41.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명목 임금상승률은 최근 5년간 3.4~6.9%에 머물렀다. 소득보다 앞서가는 물가 상승에 서민들의 허리가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가 생활물가를 잡기 위해 만들었던 이른바 'MB물가'는 상승률이 3%에 육박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가중치가 높은 52개 품목을 별도로 산출한 5월 MB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2% 웃돈 것. 이는 주요 생필품값이 전체 소비자 물가보다 더 많이 오른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석유제품을 포함한 공산품이 4월 3.6%, 5월 5.9% 인상되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다.

◆공공요금도 불안

공공요금도 심상치 않다.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는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공요금 인상이 억제됐지만, 선거가 끝난 뒤 공공요금 인상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가스요금 원가연동제를 이르면 다음달부터 다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가스요금 원가연동제는 2개월마다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변동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1998년 도입된 후 2008년 초 물가 상승 폭이 커지면서 그해 3월부터 시행이 중단됐다. 하지만 현재 LNG 수입 가격 이하로 가스를 공급하면서 가스공사가 입은 손실이 4조3천억원에 달해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논의도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올해 안에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원가 구조를 봤을 때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 특히 에어컨 등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을 앞두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은 조만간 공론화될 전망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역시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2006년 2월 4.9% 올린 후 4년 넘게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물가, 괜찮을까?

문제는 공공요금 인상이 소비자물가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인상되면 고속버스 요금과 화물차 운임 등도 뒤따라 오르게 되고, 전기·가스 요금이 비싸지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 소비자 판매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은 15일 '국내 물가상승 배경과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총생산(GDP)갭률이 지난 1/4분기 플러스(0.8%) 전환된데다 최근 국제 원유 및 원자재값이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GDP갭률이란 실질GDP에서 잠재GDP를 뺀 것. 이 수치가 마이너스면 경기침체로 인한 물가하락 압력이 발생하며, 반대로 플러스인 경우엔 경기 과열로 물가가 올라갈 수 있음을 나타낸다.

연구원은 물가상승의 최대 요인으로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을 꼽았다. 지난 1월 이후 국제 원유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4월에 배럴당 84.5달러, 두비이유는 83.6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각각 10달러, 8.1달러 상승했다. 알루미늄과 니켈 등 주요 비철금속 원자재 가격도 꾸준히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물가상승 기조로 볼 때 3/4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물가상승압력에 대비한 헤징(가격변동 위험요인 제거)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물가상승 문제에 집중해 출구전략을 조급하게 실시할 경우, 경기회복이 둔화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면밀한 정책적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