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추진동력 상실"…대구경북, 글로벌기업 유치 기회?

입력 2010-06-07 09:43:47

삼성, LG, SK 등 과 대화창구 강화해야

6·2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참패로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세종시 수정안 추진동력 상실이 대구경북 경제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정부가 내건 '백화점식 특혜'라는 미끼를 물고 등 떠밀리다시피 세종시 투자를 결정한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이 세종시 수정안 표류로 갈 곳을 잃어버리면서 이들 기업이 지역으로의 '투자 U턴'할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과 SK는 지난해부터 대구시와 LED,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분야 신(新)사업을 두고 물밑 접촉을 해오던 터라 지역의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충청지역 3개 광역단체장은 이달 4일 하나같이 "공약대로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겠다. 세종시 원안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민심이 이번 표심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충청권 전체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여권에서도 현실을 인정해야하는 만큼 원안을 추진하고 수정안은 보류해야 한다는 '출구전략' 목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이번 선거 참패로 인해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일 결집력이 사실상 약화되면서 국회에서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세종시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진 만큼 이를 대구경북의 이익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가 그동안 물밑 접촉을 했던 삼성, SK 등과의 대화 창구를 활짝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대 구동모 교수(경영학부)는 "국가 전체 경쟁력만 따지면 수정안이 일리가 있지만, 대구경북의 입장에서는 원안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며 "이번 선거결과로 세종시 수정안은 사실상 추진력을 상실했다고 보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대안을 낼지 지켜보는 동시에 우리가 타깃에 올려놓은 기업들과 접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산업단지 등 지역 현안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세종시 직격탄을 비켜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지역에는 이익이라고 생각한다"며 "쉽지는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치 타깃 기업들과 접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세종시 수정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면서 전략을 짜겠다"고 말했다.

또 그들이 대구경북에 안전하게 상륙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제안을 담은 유치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구 교수는 "삼성 같은 글로벌기업은 인센티브를 얼마나 더 주고 덜 주는 것을 중요한 투자요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투자대비 효율성, 국가 프로젝트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만큼 우수인재 공급 약속이나 부지를 파격적으로 내놓는 등의 차별화된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며 "솔직히 땅을 거저 준다 하더라도 경제파급 효과가 큰 대기업의 진출은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종섭 대구테크노파크 원장은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가 전제돼야만 기업 유치도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구경북 등 영남권 4개 시·도민의 힘을 결집해 신공항 밀양 조성을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며 "또 의료단지 등 대형 국가프로젝트를 내세워 '이 분야는 대구가 아니면 안 된다'는 논리 개발로 기업 설득은 물론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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