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시각이지만 '인류문명의 3대 사과'라는 게 있다. 인간의 원죄를 표상하는 이브의 사과, 호머의 일리아스를 낳은 파리스의 사과,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다. 이 반열에 오를 사과가 또 있다.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독사과'가 바로 그것이다.
1912년 런던에서 태어나 명문 킹스칼리지와 미국 프린스턴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27세 때 현대 컴퓨터의 모델이라는 '튜링 머신'을 고안했고 1943년 연산컴퓨터 '콜로서스'를 만들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컴퓨터라고 하는 미국의 '에니악'보다 2년 앞선 것이다. 2차 대전 중에는 영국 암호부대 브레츨리 파크에 들어가 독일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 연합국 승리에 숨은 공신으로 꼽히기도 한다. 독일의 최신예 전함 비스마르크호의 격침이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독일군의 교신을 연합국이 먼저 해독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공로였다. 그러나 1952년 동성애 혐의로 체포돼 '화학적 거세'를 당한다. 이 치욕을 견디지 못한 그는 1954년 오늘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베어 무는 것으로 삶을 마감했다. 사과를 한입 베어 먹은 모양의 애플사(社) 로고는 그에 대한 경의(敬意)의 표시라는 얘기가 있다.
정경훈<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