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국장

입력 2010-06-07 07:57:00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관심, 여성 인력풀 새로 디자인해야죠"

여성가족부 이재인(51) 여성정책국장은 '맏언니'다. 위로 딸 넷, 아래로 아들 둘인 6남매의 맏이이기도 하지만 따르는 후배들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2004년 창립 멤버로 시작, 부소장까지 지냈던 서울대 여성연구소에서도 그랬고 지난 4월 자리를 옮긴 여성부에서도 그렇게 지낸다. 등산 모임 등을 통해 후배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하고 잘 포용해주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그는 여성부의 유일한 여성 국장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들과 잘 어울렸어요. 제게 남성적 기질이 좀 있나봐요. 여중·여고를 나왔는데도 말이죠. 결혼한 뒤 애들 키우면서 모성애가 조금 보충됐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서울대 총여학생회장을 지냈다는 이력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캠퍼스의 맏언니였을 테니. 그 때 같이 뛰었던 서울대 '동료 선수'들이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총학생회장), 유시민 전 장관(총학생대의원회 의장) 등이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여권 신장(女權 伸張)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당시 주류 운동권의 목표에서 소외된 또다른 계층이 여성이었기때문이지요. 그래서 제대로 공부해보자 싶어 사회학 석사를 딴 뒤 여성학 석사도 받았습니다."

그가 맡고 있는 여성정책국은 ▷여성정책 기본 계획 수립 ▷주요 정책에 대한 성별 영향평가 ▷여성 인력개발·정책개발 ▷경력단절여성의 경제활동 촉진 등이 주요 업무다. 여성부의 핵심 부서인 셈이다.

"제가 개방형 공모를 통해 임명되자 직원들이 많이 놀랐다고 하더군요. 외부 인사가 처음으로 중요 보직을 맡았으니까요. 일한 지 아직 얼마 안돼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시선도 있겠지만 복합적 상황 판단을 필요로 하는 업무가 제게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할 일은 각종 여성 관련 정책의 '레시피'(recipe·조리법)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질적인 정책은 정부 각 부처에서 요리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알아서 해봐라' 하면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재료의 양, 손질법, 보관법, 맛있게 먹는 방법을 미리 마련해둬야 명품 요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정책의 총괄 조정 역할이라 할까요."

그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여성 일자리 창출과 양성 평등의 정착이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지난 20년 동안 겨우 2, 3% 성장하는 데 그쳤습니다. 추세 반전의 기점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훗날 받고 싶습니다. 일자리사업 프로그램도 다양화하고 여성인력 풀도 새로 디자인해야겠지요." 이와 관련, 여성부는 최근 온라인 취업 상담서비스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내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경력단절여성 등 구직 희망 여성들에게 원스톱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새일센터'는 전국에 운영 중이다.

이 국장은 청도 이서면이 고향이지만 이서초교 4년때 서울로 온 가족이 옮겨 서울에서 성장했다. 교사였던 부친의 교육열 덕분에 6남매가 모두 명문대를 나와 수재 집안이란 소리도 꽤 들었다. 그런 그에게 고향은 어떤 느낌이냐고 물었더니 '푸근함'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자주 가보지는 못 하지만 유년시절의 기억은 생생합니다. 교육학에서는 개인의 인격이 10세 이전에 거의 결정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고향에서 소위 '밥상머리 교육'을 잘 받고 자란 덕분에 사회생활하는 데 모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난 3일은 지방선거 다음날이었다. 당연히 선거 결과로 화제가 이어졌다. 정치할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정치는 모른다. 대신 정책에는 관심이 많다"며 "전업주부 시절의 생각과 대학에서의 경험을 잘 살려 업무에 몰입하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대답했다.

이 국장은 서울대 교육학과, 서울대 대학원 사회학과·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를 마친 뒤 2004년 서울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7년 작고한 김응조 변호사와의 사이에 3남매를 두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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