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참패 수준을 떠나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래 역대 최악이다.
싹쓸이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지만 2월 말부터 시작된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석권 전망을 어렵게 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유력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가 이어질 때만 해도 한나라당이 단체장 자리를 잃는 곳은 대구경북을 합해서 많아도 5개 이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한나라당이 낙담하기에 충분했다.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회의원 입맛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든 공천제도에서 원인을 찾는 이가 가장 많다. 공천심사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당원협의회 위원장과 협의하도록 한 공천 규정이 패배를 불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무소속에게 진 지역은 대부분 공천을 둘러싸고 국회의원과 현역 단체장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못한 곳이었다. 2년 뒤로 다가온 총선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에게 공천을 주려는 계산을 공천에 적용시킨 곳은 어김없이 고전을 면치 못했거나 패배했다.
대구에서는 서구청장 한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예상이 달성군에서 구멍이 나버린 탓에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인 달성군이 무소속 후보에게 패한 결과는 대구 선거의 패배라고 할 정도로 큰 상처를 남겼다. 한나라당은 고소·고발 공방전이 이어진 수성구에서 무소속 바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경북 지역의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도 대구의 패전 이상으로 한나라당에게는 충격을 안겨줬다. 공천자를 내지 않은 영양군수 선거를 제외하면 22곳 가운데 문경시장 선거만 불가능하다고 전망을 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승리를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전혀 걱정하지 않던 상주시장 선거에서마저 지자 한나라당은 할 말을 잃었다. 막판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사건'이 있었지만 워낙 낙승을 기대했던 지역이라서 충격은 더욱 컸다.
역대 선거에서 항상 골머리를 앓게 했던 북부 지역 '무소속 벨트'는 이번에도 한나라당에게 패배를 안겼다. 4전3패다. 문경에서 동쪽으로 영주와 봉화를 거쳐 울진까지 이어지는 벨트에서 봉화군수 한 자리만 건지는 데 그쳤다.
문경의 패배는 예상대로였고 현역 시장에 대한 동정 심리가 지배한 영주시장 선거에서 진 것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낙승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신승할 것으로 기대했던 울진군수 자리마저 내주어 한나라당에 충격파를 안겼다.
상주와 북부벨트에 못지않은 상처를 한나라당에 안긴 곳은 대구 인근의 경산과 칠곡이다. 두 곳 모두 공천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다른 지역보다 훨씬 늦게 공천한 지역이다. 경산은 경북도당 공심위의 공천 내정자가 서울 중앙당에 가서 뒤집어진 경우이고, 칠곡은 공천 신청자 5명 가운데 여론조사 1, 2위 후보를 배제하고 4위를 한 후보를 내세우는 바람에 힘 한번 제대로 못쓰고 주저앉았다. '한나라당 공천=당선'이란 등식이 이런 지역에선 성립하지 않았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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