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삼성 잡을 의지는 있나

입력 2010-05-12 10:34:09

바이오 등 신사업 23조 투자 소식에도 유칙대책 뒷짐

삼성그룹이 2020년까지 친환경과 건강증진(헬스케어) 관련 신사업 분야에 총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삼성이 미래 동력으로 꼽은 분야는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발광 다이오드),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모두 지역이 '하고 싶어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대구 수성갑)은 "지난해 세종시 직격탄을 맞을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임에도 조용하게 일관하는 대구경북의 모습에 매우 답답했는데, 이번에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잠자코 있다. 도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답답한 속내를 쏟아냈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삼성이 지난해부터 준비해왔던 신사업 그림을 내놨어요. 대부분 세종시에 쓸어다 넣으려는 것들이지요. 대구와 경북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대구시는 느긋했다. 11일 기자가 대구시 공무원 대여섯명에게 삼성의 신수종 사업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있는지 물었다. 대구시가 지난해부터 삼성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활발한 물밑 작업을 계속해왔던 터라 다양한 대답을 기대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았다. "삼성에 부담을 줄만한 요구는 어렵다. 겨우 소원했던 분위기를 돌려세웠는데 성급함이 오히려 역효과만 낸다"는 것이었다.

"삼성의 어느 인사와 주로 접촉하느냐?"는 질문에도 대부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기에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삼성 얘기만 나오면 시의 공통적 반응은 '신중', '비밀 접촉', '노(no) 부담'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이한구 의원은 "대구시가 삼성 유치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쓴소리는 이어졌다. "대구경북은 노력을 하지 않아요. 기업이 올 수 있는 여건을 갖추거나, 올 수밖에 없는 제안을 잘 꾸며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아예 없어요. 가만히 앉아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 기다려요. 요즘 기업이 어떤데, '이곳은 이렇게 매력적인 투자처다'라고 설득할 근거도, 전략도 없는 곳에 오겠어요? 정부 지원에만 매달린다고 답이 나오지 않아요." 선정된 지 1년이 다 돼가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예로 들며 한 얘기다. 충북 오송과 함께 의료단지로 대구가 뽑힌 지 1년이 다됐지만 이후 성과가 하나도 없단다. 그는 "삼성의 신사업에 속한 바이오 제약 분야만 봐도 대구의료단지만한 유인책이 어디 있겠느냐?"며 "그런데 1년이 다되도록 허송세월만 보내느라 제대로 된 요리를 못 하니 기업이 눈길 한번 주겠느냐? 이래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DGFEZ) 박인철 청장은 "기업이 원하는 바를 파악했다면 실천에 옮겨야 한다"며 "다른 지역보다 강한 인센티브를 마련하든지, 아니면 '이 분야는 대구에 가야 한다'는 것을 이끌만한 여건을 만들고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영남대 이재훈 교수(경영학과)는 "지금까지 대구의 삼성 유치 전략은 '우리가 남이가?' 식의 '무대뽀'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지역이 하고 싶은 산업에 대해 다른 지역이 따라올 수 없는 작품이나 투자 여건을 만든 후에 기업의 눈길을 빼앗거나 정부 도움을 구하는 것이 순서가 맞다"며 "항상 기업 눈치만 보며 기다리다가는 매번 뒷북만 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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