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칼럼-지방도 잘 살 수 있다(5)] 경기도, 나도 서울이 되고 싶다

입력 2010-05-11 07:09:03

경기도의 경기(京畿)란 말은 본래 '서울을 중심으로 한 가까운 주위의 지방'을 뜻한다. 그래서 경기도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가는 여주쌀을 위시해서 각종 생활 필수품들을 서울사람들에게 공급해 오면서 살아온, 경상도나 전라도와 동격인 지방이었다. 세월이 흘러 세상이 변하면서 경기도의 역할도 달라졌다. 1960년대 이후 개발 연대에는 서울의 공장들이 경기도로 흘러들어 오더니, 90년대부터는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왔다. 현재 경기도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3%인 1천150만 명이 살고 있고, 산업생산액은 16개 시'도 중 단연 1위이다. 이제는 사람도 공장도 꽉 차 버려 충청도 강원도로 흘러넘치고 있다.

 사람과 공장으로 꽉 차 여유가 생긴 경기도는 새로운 욕심을 부리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제창하는 대(大)수도론이 그것이다. 경기도와 인천이 서울과 붙어 버렸고 시장(market)도 하나가 되었으니, 행정통합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정책적으로는 하나로 만들자는 것이다. 대수도론에 따르면 경기도는 더 이상 서울을 위해 존재하는 주변지역이 아니고 바로 서울 그 자체가 된다. 대수도론은 결국 대(大)서울론이다. 사실 근년에 와서 서울은 세계도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좋은 것만 골라 가졌다. 자연히 서울이 버리는 것은 경기도로 흘러들어 갔다. 게다가 전에는 경기도였던 인천이 인천국제공항과 송도신도시를 앞세우고 국제도시로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지사로서는 경기도가 2류로 떨어지는 것 같아 속이 상할 수도 있다. 경기도를 책임지고 있는 지사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나날이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영'호남을 생각할 때는 사치스런 고민이다.

 지난해 9월 대수도론을 구현하기 위한 구상이 제시되었다. 경기도 출신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소위 '수도권의 계획과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내용인즉, 현재 껍데기만 남아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기하고, 서울'경기'인천을 하나의 광역도시처럼 묶어 교통'환경'교육'복지 등의 광역적 통합 계획을 수립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여 육성'발전시키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도쿄권이나 상하이권과 경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 수도 베이징의 면적이 우리나라 수도권 면적의 1.4배이고, 일본의 수도 도쿄 면적이 우리 서울의 3.4배이니, 지금의 우리 서울 면적을 넓혀 대(大)서울을 만들자는 논리가 영 틀린 주장은 아닐 수도 있다.

 대수도론을 실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업이 경기도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구상이다. 지하에 터널을 뚫어 경기도 주요 도시와 서울을 연결하는 총연장 145㎞의 대형 프로젝트다. GTX가 도입되면 서울과 수도권은 30분 생활권으로 가까워져서, 경기도가 서울이 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게 된다. 문제는 무려 14조 원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비이다.

 경기도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속셈은 지식기반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대학을 신설하려는 것이다. 80년대 이후 30여 년간 경기도는 수도권 정비계획법 때문에 대학 신'증설이 막혀 있었다. 몸통만 있고 머리는 서울에서 빌려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주 양평 청평 등 경관이 좋은 경기도 동부 한강 상류지역에 대학들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 시대 대학입학 지원자 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경기도의 대학 신설은 곧 지방대학의 학생 수 급감과 쇠퇴로 이어진다. 지방으로서는 결단코 허용할 수 없는 생사가 걸린 사안이다.

 대수도이든 대서울이든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가진 한정된 투자재원이 집중적으로 경기도에 투자되어야만 GTX를 건설할 수 있고, 경기도에 대학을 신설하는 것은 지방대학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든 경상도든 전라도든 다 대한민국이다. 수도권에는 돈이 넘쳐나니 수도권 개발은 가급적 민간자본을 활용하고, 정부재정은 낙후된 지방발전을 위해 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웠으면 한다. 즉, 수도권은 민간의 활력으로 발전하고, 지방은 정부가 도와 발전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자 상생의 길이다.

 서울이 커져서 대서울이 되어 경기도가 세계적으로 뜨는 것을 왜 반대하겠는가. 다만 경기도지사께서는 대수도론과 함께 대한민국 모든 지역이 함께 잘살 수 있는 고민도 해주셨으면 한다.

대구경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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