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ℓ 안팎이 적당…물의 양보다 어떻게 마시느냐가 더 중요
우리나라 식당에 가면 맨 먼저 나오는 것이 물이다. 어떤 음식을 먹든 일단 물병과 컵을 내놓고 본다. 심지어 커피숍에 가도 물이 먼저 나온다. 다른 나라, 특히 유럽 같은 데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석회질이 많은 유럽의 지하수에 비해 수질이 좋은 덕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음식 만드는 데 물을 많이 사용하는 우리 음식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서양 음식을 보면 기본인 빵은 물 없이 굽는 음식이고, 대부분의 요리가 물기를 적게 해서 만드는 방식으로 조리한다. 국물처럼 보이는 수프 역시 요즘처럼 물기가 많은 건 19세기 들어서부터라고 한다. 그 전에는 빵에 찍어 먹기 위해 찐득한 점액질로 만들었다.
우리는 매일 먹는 밥부터 물로 짓는다. 밥에 곁들이는 국, 반찬의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찌개, 싱거운 음식을 찍어 먹는 장 등 물로 만든 음식이 기본이다.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물부터 마신다'는 속담까지 흔히 써왔으니 물기 많은 음식을 먹는 건 고래의 습속이었다.
물을 많이 먹는 한국인에게 물은 곧 생명력을 상징한다. 음식의 재료인 생선이나 육류 등의 싱싱함을 따질 때 "물 좋다" "물이 나쁘다"라고 표현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생명력이 충만한 대상을 두고 "물이 올랐다"고 하거나 전성기를 지난 연예인을 두고 "한물 갔다"고 하는 표현도 물이 가진 생명력을 염두에 둔 것이다.
물이 갖는 청정함은 비단 외형적인 부분에만 그치지 않는다. 절절한 바람이나 기원이 있을 때 뒷마당에 맑은 물 한 그릇 떠놓고 정성을 들이는 정화수 역시 물의 생명성에 대한 믿음이 작용한다. 선조들은 부정한 일을 접한 뒤에 이목구비를 물에 씻는 걸 넘어 갓끈까지 씻었으니 세이(洗耳, 중국 요 임금에게서 왕위를 받아달라는 말에 기산으로 들어간 허유가 다시 구주(九州)의 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듣고 귀를 씻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를 진정으로 실천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생활 깊숙이 스며든 물은 어느 정도 섭취하는 게 적당할까. 물은 인체의 60% 안팎을 차지할 만큼 우리 몸의 필수 구성성분이므로 일정량을 마셔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하루 2ℓ 안팎이 적당하다고 하지만 체중이나 체질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의학계에서는 분석한다. 중요한 건 물의 양보다 어떻게 물을 마시느냐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 공복에 마시는 물은 건강에 좋다. 자고 있는 동안 부족했던 수분을 공급함으로써 기초대사를 활발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 식사 중에는 가급적 물을 많이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물을 많이 먹으면 소화효소가 희석돼 소화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게 반대론의 근거다. 한걸음 더 나가 밥을 먹을 때 물은 물론 국물도 먹지 말고 2, 3시간이 지난 뒤 물을 먹는 '밥 따로 물 따로'를 실천해야 내장의 기능을 높여 건강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음식물을 많이 씹으면 그 과정에 소화효소가 충분히 기능을 하기 때문에 물을 어느 정도 먹느냐보다 얼마나 음식물을 많이 씹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강하다.
커피를 비롯한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시는 것은 수분 보충에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탈수를 부를 수도 있다. 알코올에는 탈수 작용이 있으므로 술을 마신 뒤에는 가급적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또 운동이나 목욕 때는 땀을 많이 흘리는 점을 감안해 전후 또는 도중에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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