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쇼크'에 놀란 코스피 1700선 붕괴

입력 2010-05-06 09:48:34

숙지는 듯 했던 유럽발 금융위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를 지원키로 했지만 그리스 위기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재정이 취약한 인근 국가로 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국내 증시도 해외 증시 약세 여파로 당분간 등락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유럽 위기에 세계증시 흔들

뉴욕 증시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로 이틀째 떨어졌다. 5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59.94포인트(0.55%) 하락한 10,866.83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전날보다 7.73p(0.66%) 내린 1,165.87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21.96p(0.91%) 떨어진 2,402.29로 장을 마쳤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시킬 수도 있다고 밝힌 점도 투자심리를 제한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포르투갈의 현재 'Aa2'인 채권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3개월 내에 결정할 방침이다.

유럽증시도 하락세를 면치못했다. 5일 유럽 증시는 그리스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영국 FTSE100 지수가 전일대비 69.18p(-1.28%) 내린 5341.93을 기록했다. 프랑스 CAC40 지수도 전일 대비 53.26p(-1.44%) 떨어진 3,636.03에 머물렀고, 독일 DAX지수도 48.41p(-0.81%) 내린 5,958.45로 장을 마감했다.

유럽과 미국 증시 하락 여파로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꼬리를 내렸다. 홍콩 항생지수는 2.1% 떨어졌고, 대만 가권지수도 2.94%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3.81%, 말레이시아 0.54%, 싱가포르는 1.41%가 내렸다.

국제유가도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에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6월물은 전날보다 77센트(3.3%) 하락한 배럴당 79.97달러를 기록했다. 금 6월물은 온스당 전날보다 5.80달러(0.50%) 오른 1,175.00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그리스 위기가 확산일로를 걷는 이유는 그리스가 재정 위기를 제대로 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리스가 2012년까지 계획대로 재정적자 감축 노력을 하더라도 새로 발생하는 재정적자와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가 1천200억 유로에 달하는 등 구제 금융 규모를 뛰어넘는다는 것. 여기에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중국이 정책금리마저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내 증시, 당분간 여파 계속될 듯

유럽발 위기가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도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96p(-2.27%) 내린 1,679.79로 출발했다. 특히 시가총액 1∼30위의 모든 종목들이 하락세를 이어갔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율도 급등했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값은 전 거래일보다 26.5원 오른 1,142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유럽발 위기가 확산되면서 국내 증시도 1~2주 정도는 지수가 급등락하는 조정 국면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유럽발 위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데다 국내 증시가 기업 실적 호전을 배경으로 12주 연속 상승한 상황이어서 경기순환적인 측면에서도 조정이 나타날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등락 장세가 장기간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유럽발 악재가 있더라도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따른 지수의 반등 추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장세는 당분간 현 수준에서 등락하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국내외 지수의 속도 조절로 인해 탄력적인 반등이 쉽지 않더라도 미국의 경기 반등세와 기존 주도 업종의 긍정적인 전망, 시중의 넘치는 부동자금 등은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중국 긴축과 유럽 문제 등 해외변수가 외국인 매수의 지속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는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기업들의 이익성장률이 여전히 다른 시장보다 높아 추세적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성훈 애널리스트는 "예상치 못한 돌발악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기존 악재로 인해 일시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어도 지수의 상승추세 자체가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증시의 방향성이 좀 더 뚜렷해지고 에너지 보강을 통해 다른 업종으로 매수세가 확산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업종별, 종목별 차별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장성현기자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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