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세기의 결혼

입력 2010-05-04 11:09:07

세기(世紀)는 시대, 혹은 백 년이라는 뜻이다. 한 세기라고 했을 때 문맥에 따라 한 시대나 백 년으로 이해하면 틀림없다. 이 세기가 결혼 앞에 붙어 '세기의 결혼'이라고 하면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할 정도로 관심을 끄는 혼사라는 의미가 된다. 대개 톱 스타끼리의 결합을 뜻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세기 들어 첫 '세기의 결혼'은 뭐니 뭐니 해도 1937년 영국의 에드워드 8세(윈저공)와 미국의 심슨 부인의 결합이 아닐까 싶다. 영국으로서는 국왕이 이혼녀와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포기한 사례여서 기억하기 싫은 스캔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영제국의 국왕 자리를 포기하고 이혼녀를 택한 윈저공의 사랑은 많은 여성의 꿈이 됐다.

왕과 평민의 결혼 사례로는 1956년 결혼한 모나코 국왕 레니에 3세와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가 있다. 켈리는 영화 '하이 눈'(1952), '이창'(1954), '다이얼 M을 돌려라'(1954) 등을 통해 이름처럼 우아함의 대명사로 수많은 남성 팬을 사로잡았다. 배우로서는 절정기였던 27세에 일약 한 나라의 왕비가 돼 현대판 신데렐라가 됐다.

세기의 결혼에 관한 한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마릴린 먼로도 뒤지지 않는다. 79세의 나이로 9번째 결혼을 꿈꾸고 있는 테일러는 당대 최고의 남우(男優) 리처드 버튼과의 두 번에 걸친 결혼과 이혼이 최고의 화제였다. 먼로는 결혼은 3번밖에(?) 하지 않았다. 그 중 한 명이 아직도 깨어지지 않고 있는 미국 프로야구 56경기 연속 안타의 주인공 조 디마지오였다. 최근에는 디마지오가 37년 동안이나 매주 두 번씩 먼로의 무덤에 꽃을 바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TV와 영화, 음악 등 대중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세기의 결혼이 점점 많아졌다. 할리우드나 대중 음악계의 남녀 톱 스타는 누구와 결혼을 해도 세기의 결혼이라며 언론과 팬들의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배우 장동건과 고소영의 세기의 결혼으로 떠들썩했다. 둘째 가라면 서러울 미남 미녀인데다 오랫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을 지킨 스타끼리의 결합이어서 그럴 것이다. '과속 스캔들'도 함께였으니 더욱 호사가의 관심을 끌 만했다. 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은 만큼 행복하고 긴 결혼 생활로 오래 기억되는 세기의 결혼이 되길 바란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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