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성적 올려야" 조급함이 화근…적절한 휴식, 각오다지자

입력 2010-05-04 07:06:15

5월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면 상당수의 수험생들이 슬럼프에 빠진다. 고3이 겪는 슬럼프는 계절적 요인보다는 3월 초에 기대한 성적변화가 생각처럼 빨리 일어나지 않은 데서 오는 조급함과 불안감 때문에 일어난다. 슬럼프에 빠지면 학습의욕과 자신감이 떨어지고 수업시간이나 자습시간에 잠만 자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생활이 잘못된 줄 알고, 또한 심기일전하지 않으면 입시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입시전문가들은 지금쯤 몸과 마음을 다시 추스르며 각오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날이 풀리면서 평소보다 잠이 많이 오거나 수업시간이나 자율학습 시간에 긴장할 수 없을 때는 느슨해진 정신력 탓도 있겠지만 건강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자신의 몸 상태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개의 경우 계절적 요인과 피로가 주된 요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운동부족으로 무기력증을 겪는 학생이 엄청나게 많다. 아침이나 밤에 잠자리에 눕기 전 간단한 맨손체조라도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나른함을 극복하고 활기를 되찾는 데는 규칙적인 생활과 적절한 운동이 가장 좋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

밤늦게 자고 낮에 조는 야행성 학생들 상당수가 학업 성취도가 낮고 성적 향상이 느린 경향이 있다. 이런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듣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기초가 약한 상태로 머무르기가 쉽다. 야행성의 생활 습관은 만성피로로 발전하기가 쉽고 결국은 모든 의욕을 상실하게 한다.

입시 격언에 4당5락이라는 말이 있다.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실은 이보다 더 허무맹랑한 말은 없다. 필요한 수면 양은 개인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낮 시간에 지장이 없도록 평균 6시간 이상 자야 한다. 수면 부족은 생활을 짜증스럽게 하고 학습의 생산성을 저하시켜 결국엔 무기력증, 의욕 상실증, 두통 등과 같은 고3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밤에 자지 않고 낮에 조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학년 초부터 깨어있는 낮 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하고 밤에 푹 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생활에서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하여 공부할 때는 집중해서 하고 쉴 때는 푹 쉬는 생활 습관을 하루빨리 확립해야 한다. 특히 토요일 오후에서 일요일 오후까지 자신이 편리한 시간대를 선택하여 반나절 정도는 책을 떠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와 다음 단계의 집중을 위해 좋다. 한나절 정도는 푹 쉬면서 잠을 자거나 음악, 컴퓨터, 영화, 운동 등을 통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활력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생활이 즐겁지 않으면 일이든 공부든 생산성이 없다.

▶예습 위주의 학습

아직도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공부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학력고사 시절까지만 해도 복습 위주의 학습은 그런대로 효과가 있었다. 전후 맥락의 이해 없이 단편적인 지식을 무조건 암기하기만 해도 맞출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능시험에서는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해한 바탕에서 추리력, 상상력 등과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발휘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다.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기본 원리를 변형시킨 응용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수능시험에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예습 위주의 학습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예습이란 내일 배울 내용을 미리 다 알도록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예습이란 앞으로 배울 내용을 미리 한번 읽어보고 자신이 잘 모르는 부분에 밑줄을 치는 작업, 다시 말해 내일 배울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이다. 문제를 제기해서 수업에 참여하면 수업집중력이 높아진다. 예습이란 미리 읽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미리 생각하고 고민해 보았기 때문에 아무 준비 없이 수업에 참여하는 경우보다 배운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학원수강

대부분 학교가 야간 자율학습을 하기 때문에 고3의 경우 주중에 학원에 나가기가 상당히 어렵다. 일부 학원에서는 밤 10시 전후에 시작해서 자정이 지나서 마치는 강좌도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이런 늦은 시간의 학원 수강은 학습 효과가 거의 없고 궁극에 가서는 만성피로에 빠지게 하여 역효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말한다. 꼭 부족한 과목이 있으면 토·일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고3의 경우는 가급적 모든 것을 학교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교 수업

모의고사를 한두번 치르고 나서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은 학생들이 고민에 빠지는 시기다. 뭔가 뾰족한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휩싸여 정상 궤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학교 수업은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학원에 다니거나 혼자 공부해서 일찍 진도를 끝내려는 욕심이 생겨 흘려보내기 일쑤다. 정규 진도가 끝난 과목의 수업 시간에는 아예 다른 과목 공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 수업은 차분하게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최선의 기회다. 속도가 느린 만큼 소홀했던 부분을 다시 꼼꼼하게 챙길 수 있고, 막연하게 이해했던 개념이나 원리도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수능시험에 출제되는 모든 문제는 수업시간에 배운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에서 출발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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