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기관리 능력에서 성공과 실패의 엇갈린 케이스를 동시에 목격했다. 천안함 침몰 당시 보여준 군 당국의 허술한 대응 시스템과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인한 항공대란에서 치밀한 대응으로 스타덤에 오른 항공업계 이야기다. 하나는 여러 차례 남북 간 교전이 말해주듯 서해 방어라는 엄중한 경계 상황이고 다른 한편은 안전 운항과 정확함을 생명으로 하는 민간 항공 비즈니스의 서비스 측면이라는 점에서 분명 차이는 있다. 하지만 24시간 늘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은 대한항공'인천공항공사 등 우리 항공업계를 신데렐라로 만들었다. 14일 화산폭발의 여파로 유럽의 공항들이 잇따라 폐쇄되고 세계 각지의 항공기들은 거의 발이 묶였다. 과도한 운항 규제에 항공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무려 700만 명이 넘는 전 세계 여행객들은 하루아침에 '공항 노숙자' 신세가 됐다. 그런데 15일 인천을 출발한 런던행 대한항공 KE907편은 탑승객 322명을 위해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수송 작전을 펼쳤다. "재난상황인 만큼 무조건 승객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수송하라"는 본사의 특명 한마디가 상황을 결정짓는 열쇠였다. 15만여 명의 영국인들이 유럽 대륙에서 발이 묶이자 영국 정부가 항공모함까지 동원해 수송 작전을 펼치긴 했다. 하지만 민간 항공사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승객을 목적지까지 책임지고 보낸 경우는 없었다.
'5년 연속 세계 서비스 1위 허브공항'의 명성을 자랑하는 인천공항공사의 긴급 구호 서비스도 빛났다. 대기 중인 외국 승객들에게 감동을 줄 만큼 세심한 배려로 찬사가 쏟아진 것이다. 실제 외국 공항이나 항공사의 경우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결항 시 냉정하다. 승객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인천공항공사는 한발 더 나아갔다. 난국에서 남다른 대응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은 것이다.
천안함의 사례는 정반대였다. 교전도 아닌 작전 상황에서 초계함이 두 동강이 나는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 서해북방한계선 인근 해역에서 교전과 작전을 구분 짓기가 무의미하지만 천안함은 기습을 받았고 가라앉았다. 침몰 당시 해군은 제대로 손도 쓰지 못하고 46명의 장병을 잃었다. 장병 구조도 해경에 의존했다. 전함과 구명복에 조난 신호 발신 장치조차 없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합참의장이 발생 49분 뒤에야 첫 보고를 받는 지경이었다. 대양해군을 부르짖던 해군이 손바닥만 한 서해 앞바다에서 좌초되고만 것이다.
전쟁에서 패하는 것보다 더 큰 실패는 경계 소홀이다. 이 점에서 군 당국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동안 림팩(환태평양해군합동훈련)에서 보여준 우리 잠수함의 혁혁한 전과에 미혹된 나머지 우리 전함이 피격당했을 때 어떻게 구조하고 대응할 것인가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은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사람을 기억한다. 이런 좋은 이미지는 호감이 되고 명성으로 굳어지며 결국 브랜드 가치나 브랜드 파워로 치환된다. 반대로 믿음을 주지 못하고 나쁜 이미지가 계속 쌓이면 외면받게 된다. 우리 군이 지금 그런 처지에 놓여 있다. 이 두 사례는 무사안일과 대충대충의 마인드로는 절대 명성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 군은 사면초가다. 지난 정권 10년간 잘못된 대북 정책의 여파로 사기가 떨어지고 기강도 흐트러지면서 빚어진 결과다. 그러나 대한민국 안보를 최일선에서 지키는 것은 군밖에 없다.
실패했음에도 보다 큰 성공을 위해 격려하기가 쉽지 않지만 우리가 군을 믿지 못하면 대한민국도 존재할 수 없다. 윈스턴 처칠은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늘 말했다. 오랫동안 군사적 실책이나 정치적인 오판으로 일을 그르친 뒤 주변사람들에게 이 말로 충고했다. 이런 인내와 끈기는 군과 기업에도 적용된다. 군은 이번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절대 포기하지 말고 강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외국 속담처럼 '과녁에 맞은 화살은 백 번의 실패가 낳은 결과'임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그래야 제2의 천안함 비극을 막을 수 있다.
徐琮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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